'푸틴정적' 나발니, 러시아에 "내옷 돌려줘…독극물 테러 핵심증거"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사진으로 옆에서 부인 율리아(오른쪽)와 의료진 여성 둘이 웃고 있다. 나발니는 러시아어로 전날에야 완전히 인공호흡기를 떼고 제 힘으로 호흡할 수 있는 사실을 기쁘게 밝히면서 이어 목숨이 위태로워진 채 인공흐흡기 신세를 져야했던 상황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2020. 9. 15. /사진=AP=뉴시스

독극물 중독으로 독일병원에 이송돼 치료 중인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자신이 시베리아 지역 병원에 입원할 때 입고 있었던 옷을 돌려 달라고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당국에 요구했다.

입원 당시 입었던 옷에 자신이 중독된 것으로 알려진 독극물 '노비촉'이 묻어 있을 수 있는 만큼 중요한 증거물이란 이유다.


CNN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내가 지금 관심이 있는 것은 중독된 날인 지난달 20일 입고 있었던 바로 그 옷"이라면서 "(러시아 수사당국에 할당된) 30일간의 사전 조사 기간이 이 중요한 증거를 숨기는 데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당국이) 나를 독일로 보내도록 허가하기 전에 그들은 나의 모든 옷을 벗겼고, 나는 나체인 상태로 (독일로) 이송됐다"면서 "내 몸에서 '노비촉'이 발견됐고, 접촉 감염이 아주 유력한 점을 고려할 때 옷은 아주 중요한 물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베리아 옴스크주 보건부는 "나발니가 처음 입원했던 옴스크 제1응급병원에는 나발니의 옷이 없다. 수사당국이 수거해 갔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시베리아 지역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러시아 의료진은 당시 나발니의 몸에서 독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의식 불명 원인은 '그의 대사 장애'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발니 측 변호인인 키라 야르미슈는 트위터를 통해 나발니가 머물고 있는 시베리아 옴스크병원의 열악한 시설을 공개하며 독일 이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발니는 지난달 22일 독일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독일 샤르테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지난 7일 의식을 회복했다.

이후 독일 정부는 이달 2일 나발니가 구소련 당시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스웨덴의 연구소도 이같이 확인했지만, 러시아 당국은 부정하고 있다.

노비촉은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나발니 측은 이날 "법률로 정해진 30일의 사전 조사 기간이 종료됐다"면서 수사당국이 형사사건으로 정식 수사를 개시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러시아 내무부(경찰청) 시베리아 지역 교국은 "사전 조사 기간에 약 200명의 관련자를 조사했다"면서 "지금도 사전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