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대리전' 경기북부 시장들…애물단지 vs 경제 선순환 마중물

(왼쪽부터) 조광한 남양주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안병용 의정부시장 © 뉴스1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역점 시책인 '지역화폐'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 중인 가운데 이를 최일선에서 집행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도 하나둘 논쟁에 뛰어들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연구결과에 '의미 있다'고 판단한 반면 안병용(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 의정부시장은 '조세연의 지역화폐 연구발표는 부정확·부적절하다'며 비난했다.


경기북부 대표 도시인 남양주·의정부, 두 지자체장이 나란히 지역화폐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는데 극명하게 상반된 입장이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로도 이재명 지사의 '보편적 지급'과 달리 '선별적 현금 지급'을 고수해 자신만의 소신을 밀어붙인 조 시장은 '지역화폐' 대전에도 도내 시장들 중 제일 먼저 운을 뗐다.

조 시장은 지난 16일 SNS를 통해 "지역화폐와 관련한 연구보고서 내용을 접하며 그 공방의 품격을 보면서 나라의 앞날이 또 걱정이다. 걱정이 그냥 걱정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조 시장의 이 같은 견해는 조세연이 지난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낸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이어 조 시장은 "조세연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역화폐는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지역경제 활성화나 고용증대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3200만개 자영업자의 빅데이터를 전수조사해서 밝혀진 객관적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코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억지로 만들어낸 연구결과가 아니다. 이 빅데이터 전수조사에 의하면 지역화폐는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국가와 지자체에는 발행비용·행정비용·보조금 낭비를 가져온다고 한다"고 인용했다.

조 시장은 "참고로 올해 지역화폐 발행비용은 1800억원, 보조금은 9000억원이며 기중 경제적 순손실은 2260억원이라고 한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역화폐는 국가 전체적인 소비 흐름, 돈의 흐름을 가로막아 경제적 비용만 가중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사람 몸에 혈관이 막혀 피가 안 도는 현상과 똑같은 것이다. 결국 지역화폐는 소비자 불이익, 경제 손실, 국고 낭비의 3대 패착을 가져오는 애물단지라는 것이 이번 연구결과의 의미라고 하겠다"고 평가했다.

이와 별개로 조 시장은 이재명 지사의 또 다른 역점 시책인 '재난기본소득(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조 시장은 지난달 26일 SNS를 통해 "1차 재난지원금으로 정부와 자치단체가 19조1000억원을 지출했고 이중 3조4000억원은 국채를 발행했다. 2차는 15조원이 예상된다. 돈만 많다면 전국민에게 많이 주면 얼마나 좋겠나. 지금 당장 어렵다고 소를 잡는다면 앞으로 농사는 어떻게 지을 수 있겠나"라며 보편지급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분명히 했다.

조 시장은 또 지난달 29일 SNS에 <누구에게나 지급한 1차 재난소득, '부자 지원금' 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다. 이 기사가 보도된 날 이재명 지사는 "질 낮은 정치하는 일부 언론"이라며 해당 언론 기사를 비난한 바 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지난 21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지역화폐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자숙하라"고 주장했다.

안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세연을 질타한 뒤 또한 공식 입장문을 내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부적절한 연구방법으로 지역화폐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안 시장은 이재명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처럼 발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시장은 이재명 지사와 중앙대 동문으로 경기도내 대표적 친이재명계로 꼽힌다.

안 시장은 "경기도는 지역경제 살리기와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시행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시민들과 중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효과가 입증된 대표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다"고 규정했다.

그는 "그런데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에서는 지역화폐의 효과와 의미를 부정적으로 발표해 마치 지역화폐가 국고지원금만 축내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면서 "경제위기에 놓인 서민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인식없이 지역화폐 정책을 세금낭비로 낙인찍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지역화폐는 자기 삶의 터전인 지역의 소비를 촉진해 경제의 선순환을 이끄는 측면과 거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유통대기업들로부터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라며 "실례로 지역화폐 도입과 재난기본소득 지급시 재래시장 등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명절을 맞이한 것 같다'는 말을 한다. 그 만큼 지역화폐 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뜻이다"고 강조했다.

안 시장은 "국가와 지방정부는 코로나 경제위기 상황에 내몰린 서민들의 참혹한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올바른 정책을 펼쳐야 한다. 서민경제가 무너지면 그때는 늦다. 서민경제 살리기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의정부시는 지역화폐가 엄청난 경제위기에 맞서 시민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드리는 정책임을 확인하고 지지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금이라도 자숙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요구했다.

앞서 조세연은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냈고, 이를 본 이 지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비난했다.

10월 중순 열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지역화폐'와 '재난기본소득'이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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