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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블랙홀'에 사라진 윤석열[서초동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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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23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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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많은 사건들이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모여 듭니다. 365일, 법조타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인간의 체온인 36.5도의 온기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추미애 법무장관과 동시 입장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검찰 개혁을 둘러싼 윤총장과의 마찰,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관련 의혹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뤄진 행보였기에 의도를 했든 안 했든 대통령의 함의를 둘러싼 추측이 생겨났다.

최근 대한민국에는 ‘추미애 블랙홀’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언론의 관심은 물론 정기국회까지도 온통 추 장관 아들의 군 생활을 둘러싼 논란으로 뒤덮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자금 사용처가 자녀들과 관계됐다는 폭로까지 나오면서 의혹의 범위는 더 넓어지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국난 극복을 위한 협치에 나서야하고, 내년도 나라 살림 규모를 정하고 국가 기관을 점검해야 하지만 추미애 블랙홀에 빠진 국회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검찰 수사도 풍랑에 흔들리는 난파선처럼 불안하게 이어지고 있다. 서씨와 사건의 제보자인 A 병장을 재소환하고 압수수색을 했지만 행보마다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지 8개월이 넘어서야 뒷북 압수수색에 나섰고 서씨에게 불리하게 보이는 참고인 진술을 삭제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한다. 우연의 일치처럼 추 장관 아들 사건 처리를 지연했다는 이유로 비판 받았던 고기영 전 동부지검장은 차관으로 영전했고, 서씨 관련 압수수색을 막은 것으로 전해진 김관정 전 대검 형사부장은 동부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또한 추 장관은 일체 사건에 개입하지 않으며 보고도 받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사건 당사자의 어머니가 법무부장관이며 검찰 인사를 좌우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검찰에게는 압박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대정부질문에서 추 장관이 말한 “공정은 근거 없는 세 치 혀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국민이 잘 알고 있다”는 일성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작금의 상황에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검찰의 수장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존재다. 검찰 수사가 온갖 의혹에 불신이라는 오물을 뒤집어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의견 표명이나 간부회의를 통해 흘러나오는 말조차 없다.

통상적으로 총장은 이 정도로 정치권에서 난타전이 벌어지고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면 동부지검장이나 담당 수사팀을 불러 질타를 했어야 한다. 또 수사팀을 향해 공정한 수사에 매진하라고 독려하거나 당부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냈어야 한다.

윤 총장은 ‘검언유착’ 사건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껄끄러운 상황을 맞으면서 주례보고도 사실상 폐지한 상태다. 외부 행보 역시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 이후 여권의 정치 공세에 입지가 좁아진 만큼 윤총장이 섣불리 의견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윤 총장의 수사라인이나 측근 대부분이 좌천되거나 검찰을 떠난 상태에서 조직내 손발이 잘리다시피한 상황이다. 그렇다고해도 윤 총장이 너무 뒤로 물러나서 그의 존재마저 잊혀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윤 총장이 그의 입과 의지 표명을 굳게 닫은 사이, ‘촛불민심’을 대변해 국정농단 사건을 파헤치며 전직 대통령까지 구속했던 검찰은 이제 개혁의 대상으로 비춰질 뿐 지난날의 위상은 사라지고 없다.

지난 2013년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의 팀장으로 수사를 진행하며 살아있는 정권을 겨냥했다. 당시 윤 총장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할 뿐’이란 유명한 말까지 남길 만큼 기개와 정의심이 남달랐다. 만약 시간을 돌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2013년 수사팀장 윤석열은 2020년 검찰총장 윤석열에게 어떤 조언을 할까?

“손자병법”의 저자이자 처세에도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손무는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고 했으니, 그의 말처럼 지금은 물러설 때이니 기다리라고 했을까?

아니면 이순신 장군이 남긴 말처럼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소신을 펼치라고 했을까. 흔들리는 검찰의 위상처럼 윤 총장 역시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침묵하는 윤 총장이 궁금하다.
배성준 부장(법조팀장)
배성준 부장(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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