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찰의 신뢰 잃을 것"…'수사권 조정' 막판 갈등 심화

"정부가 수사권 조정 시행령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면 경찰로부터 신뢰를 잃을 것."

검경 수사권 조정의 세부 시행령을 두고 경찰 안팎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수사권 조정' 취지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법무부는 요지부동이다. 법무부는 오는 24일 차관회의에 시행령 원안 상정을 추진 중이다. 차관회의에 상정되면 이후 시행령 수정은 사실상 어렵다.
서울지역 일선 경찰 "수사권 조정 합의문 취지에 역행...공청회도 없었다" 비판

서울지방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 12개 관서 대표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 강력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경찰 공무원직장협의회(직협)은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수사권조정 합의문의 취지에 역행하는 법무부 단독의 수사준칙(대통령령) 등 제정안을 전면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세부 시행령에 대한 경찰의 반발은 정점에 달했다. 특히 지난 16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고, 지난 21일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 회의를 열어 기존 방안을 사실상 확정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서울 지역 경찰이 전면 수정을 다시 요구했다.

서울경찰 직협은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는 수사에 관한 일반적 준칙을 제정할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그리고 경찰청장과 협의해 정할 수 있고 이 경우에도 합의안의 범위를 넘는 준칙을 제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법무부는 단독 주관으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 규정 등을 정했다"며 "입법예고 기간 공청회 한번 열지 않은 것은 앞으로도 법무부가 단독 주관해 자신들 뜻대로 규정을 개정·해석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경찰 직협은 "만일 정부가 법무부 단독으로 진행한 제정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킨다면 서울 경찰을 포함한 전국 경찰관들로부터 그 신뢰를 잃을 것이고, 다시 이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文대통령과 '검찰 개혁' 책 쓴 교수도 "수정 필요"...경찰, "24일 차관회의 상정 안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입법예고를 마친 수사준칙과 검사 수사개시 규정 등 수사권 개혁 후속법령의 시행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4일 예정된 차관회의에 시행령을 수정없이 상정해 법안 제정을 완료하겠다는 게 법무부의 계획이다. 차관회의에 상정되면 향후 시행령 수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경찰위원회를 비롯한 일선 경찰과 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학계의 반발은 부담이다. 40일의 입법예고 기간 중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제출된 의견만 9482건에 달한다. 일선 경찰은 온·오프라인에서 '수갑반납' 운동까지 벌어졌다.

‘문재인·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저자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언론 기고문을 통해 "대통령령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검찰개혁의 원칙에 충실한지 의문이 있다"며 "(대통령은) 서로 공동으로 주관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일 비공개로 전환된 ‘개혁 전략회의’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경찰뿐만 아니라 다양한 단체에서 수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차관회의·국무회의는 만장일치제로 운영됐고, 중요사항에 부처 간 이견으로 대립하는 사안은 상정된 적이 없다"며 "성급하게 차관회의에 상정하기보다는 온라인 공청회 등을 통해 입법예고안에 대한 ‘합리적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