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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의 호소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오동희의 思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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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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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만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사진) 2020.09.22.  photo@newsis.com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만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사진) 2020.09.22. photo@newsis.com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국회를 방문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위 '공정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의 졸속처리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서다.

박 회장은 앞서 지난 2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매일 생사의 절벽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양당 지도부와 정부가 모두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을 하겠다고 의사표명부터 해놓은 상태라 의논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 앞선다"며 이날 양당 대표를 방문해 재계와의 대화를 당부했다.

박 회장은 과거 전임 대한상의 회장이 정치적 발언으로 구설에 올라 곤욕을 치른 일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 가급적 정치권과 관련된 발언은 자제하고, 신중을 기해왔다.

또 박 회장이 상의 회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과거 일상화된 경제5단체(대한상의, 전경련, 무역협회, 경총, 중기중앙회 등)의 공동성명에서 대한상의가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무조건적인 한목소리는 경제계에도 이롭지 않을뿐더러 각자의 역할에 맞는 일을 하는 게 옳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경제단체와도 의견조율이 완성되지 않은 채로는 성명을 내지 않을 정도로 '토론과 합의 과정'을 중요시해왔다.

재계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도 충분히 들어보고 합리적이라면 한발 물러서서 대화를 통해 타협의 과정을 거치는 게 옳다는 주의다.

그러다 보니 재계 내부에서도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그의 스탠스에 '잘났다'는 비아냥도 들렸고, 그런 소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우리 모두'를 위해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가 "정치권은 뭐하냐"는 작심 발언을 쏟아낸 이유는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7년째 상의를 책임지고 있는 그는 여느 경제단체장들보다도 많은 20여 차례 국회를 찾아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서달라며 경제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20대 국회가 끝날 쯤에 그는 "그렇게 재계의 목소리를 전달했는데도, 전혀 변하는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래도 웃으면서 "다음 국회에 조금만 더 찾아가서 얘기하면 바뀌지 않을까요"라는 기대 섞인 마음으로 21대 국회를 맞았지만, 그의 기대는 빗나갔다.

박 회장이 이번에 국회를 방문한 것은 법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재계의 우려를 들어봐 달라는 거다. 또 결과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그 결과가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의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서 원인을 찾자는 것이다.

그는 "불공정거래 개선이라는 법 개정 취지는 이해하지만 문제의 원인이 되는 동기는 놓아둔 채 결과만 가지고 간섭·규제하면 결국 부작용이나 법을 우회하는 방법을 양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급적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해 감독으로 해결하는 게 우선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류의 옹달샘이 오염됐다고 옹달샘에 아무리 소독약을 넣어봤자, 그 옹달샘의 근원인 상류의 오염원을 제거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박 회장의 호소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가 재계 내 한 목소리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14만 상의 회원사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한 그릇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치권과 기업, 경영계와 노동계, 대기업과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 모두가 더불어 잘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토론과 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것도 이유다.

아무리 반재벌 정서가 강하더라도 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아야 한다. 그런데 공정경제3법은 외국기업과 달리 우리 기업만 옥죄는 법이 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기업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얘기다.

박 회장은 국회 설득작업을 끝내고, 상의의 일을 마치면 그의 또 하나의 정체성인 몰타기사단(가톨릭수도회 자선활동 단체)의 초대 한국 회장으로서 직접 만든 도시락을 들고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쪽방촌 어르신들을 찾아 나선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국민이 힘을 모으고 더불어 잘살기 위해서는 그의 목소리에 정치권이 조금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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