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폭행' 이명희 항소심… 檢 "상해 무죄 다시 판단해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운전기사 폭행' 관련 상습특수상해 등 항소심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검찰이 경비원과 운전기사 등에게 상습적으로 폭행 및 폭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상해 혐의 관련 피해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24일 상습특수상해 등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 전 이사장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진행했다. 앞서 1심은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에서 상해 부분 관련 무죄로 판단한 부분이 있는데 피해자 상해와 이 전 이사장의 인과관계 관련해 피해자들과 그들의 주치의를 증인으로 신청한다"며 "1심에서 상해 부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관련 피해자에 대한 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이 전 이사장 측은 "이미 상해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있다"며 "조사를 받으며 피해자들 피해 정도라든지 치료 정도를 상세히 묘사받고 진술했기 때문에 굳이 증인으로 나온다고 해서 새로운 사실관계가 나올 것 같지 않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일단 검찰의 증인신청을 받아 검토한 후 신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만약 증인 신청이 거절될 경우 다음 기일에 재판을 종결할 예정이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2017년 4월 경비원과 운전기사 등 직원 9명을 상대로 총 22회에 걸쳐 상습 폭행 및 폭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인천 하얏트 호텔 공사 현장에서 조경 설계업자를 폭행하고 공사 자재를 발로 차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 또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출입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향해 조경용 가위를 던진 혐의도 있다.

물을 많이 줘서 화초가 죽었다는 이유로 화분을 집어 던지는 것을 비롯해 총 24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화분, 전지가위, 모종삽, 장작을 던지는 방법으로 폭행했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 범행은 운전 중인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이 전 이사장 영향력 아래 있는 피해자를 상습 폭언, 폭행해 그 자체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위험한 물건을 던져 상해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고 이 전 이사장 행위로 피해자들이 겪었을 심리적 자괴감이 상당했을 것을 고려하면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 회장 아내라는 지위로 사실상 피해자는 부당한 폭력행위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지위에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가지는 비난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계획적·지속적으로 폭행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만 71세로 고령인 점 등을 참작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한편, 이 전 이사장은 다른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구입한 명품백 등 개인물품을 밀수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