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병사 잘못하면 영창행? 헌재 "위헌"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사진=뉴스1

징집돼 복무 중인 병사가 잘못을 저지른 경우 영창에 보낼수 있도록 한 옛 군인사법은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영창 징계는 올해 2월 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헌법재판소는 영창 징계를 규정한 옛 군인사법 제57조 제2항 부분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부대에서 성실의무 위반, 근무지이탈 등 사유로 영창 징계를 받은 병사 2명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병사들은 영창 징계는 헌법이 규정한 영장주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사회로 치면 구속과 다름없는데도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 영창 징계를 집행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병사들은 헌법소원, 위헌법률심판제청 등 제도를 통해 헌법재판을 구했고 재판관 7명은 영창 징계는 위헌이라는 데 다수의견을 모았다.

다수의견은 "영창처분이 집행되는 경우 복무기간 불산입이라는 신분상의 불이익 외에 외부로부터 고립된 장소에 감금하는 것을 통한 신체의 자유 박탈까지 그 내용으로 삼고 있다"며 "본래 징계로서 예정하고 있는 불이익을 넘는 제재로서 징계의 한계를 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창 징계의 사유도 너무 광범위해 경미한 행위까지 영창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위헌 결정의 근거가 됐다. 옛 군인사법에 따르면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 한 경우 영창 징계에 처해질 수 있다.

다수의견은 "형사절차상 인신구금이 허용되는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그 비위의 정도나 정상의 폭이 매우 넓어서, 비난가능성이 그다지 크지 아니한 경미한 행위들에 대해서까지도 영창처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영창 징계는 영장주의 위반이라는 보충의견을 달았다.

반면 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영창 징계는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영장주의는 형사절차에 관한 규정이므로 군 징계 절차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또 군대는 합법적으로 폭력을 관리하는 집단이므로 영창 징계를 통해 병사의 잘못을 엄중히 다스릴 필요도 있다고 봤다.

한편 군인사법 개정에 따라 병사에 대한 징계는 강등, 군기교육, 감봉, 휴가단축, 근신 및 견책으로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