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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담보로 시작한 노래방 "철거비 2000만원, 폐업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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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 기자
  • 김남이 기자
  •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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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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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언택트 빙하기' 자영업 공룡이 쓰러진다 (上)

[편집자주] 옷, 책, 생활용품은 물론, 커피, 팥빙수 등 디저트, 삼겹살구이까지, 모든 게 배달되는 시대. 소비자들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환호하지만 가게를 내고 장사를 하던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코로나19가 앞당긴 '자영업 빙하기', 그 심각한 위기 상황을 진단해본다.


철거비용만 2000만원…폐업도 맘대로 못하는 사장님


집 담보로 시작한 노래방 "철거비 2000만원, 폐업도 못해"
폐업하고 싶어도 2000만원에 달하는 철거비용이 걱정이다. 서울 창동역 인근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 중인 김성애씨(52)는 '코로나19' 확산으로 4개월째 장사를 못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년간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집을 담보로 4억원을 빌려 시작한 코인노래방이지만 빚만 늘고 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제2금융권에서 3000만원을 빌려 썼지만 월세 등 매월 나가는 550만원의 고정비용으로 이미 바닥이 난 지 오래다. 월세는 두 달 치가 밀렸고, 이번 달도 못 내면 쫓겨날 수도 있다. 문을 닫고 싶어도 상가를 원상 복구해야 하는 철거비용에 쉽게 결심할 수 없다.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김씨는 "희망이 안 보인다"면서 "매장을 열어도 수익이 안 나오는 것을 알지만 집에 있는 것이 너무 비참하고, 정신적으로 힘들어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코로나가 가져온 '언택트 소비' 가속화…직원 내보내고 '나홀로' 버티기

김신애씨가 운영하는 서울 도봉구 창동역 인근 코인 노래방의 키오스크. /사진=정한결 기자.
김신애씨가 운영하는 서울 도봉구 창동역 인근 코인 노래방의 키오스크. /사진=정한결 기자.

'코로나19'가 대면 자영업의 몰락을 앞당기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대세가 되면서 오프라인 손님맞이에 힘을 쏟았던 자영업자들이 빈사상태에 돌입했다. 한국의 자영업자는 550만명, 민간 경제의 뿌리가 흔들린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달 초 일반소상공인 3400여명에게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귀하가 운영하는 업종의 전망'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72.8%가 폐업을 고려하거나 폐업 상태일 것 같다고 답했다. 매출이 90% 이상 줄은 이들도 전체의 60%에 달한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지 이제 6개월 만에 '자영업의 빙하기'가 찾아온 것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서울에서만 2만개 상가가 문을 닫았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한국의 자영업 종사자는 558만명이다. 전체 근로자 5명 중 1명(20.8%)꼴로 자영업자인 셈이다. 전체 취업자 중 차지하는 비중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부지표는 다르다.

집 담보로 시작한 노래방 "철거비 2000만원, 폐업도 못해"

직원을 두고 있는 자영업자가 1년 사이 156만명에서 138만명으로 18만명이나 줄었다. 직원을 내보내고 마른 수건 짜내듯 버티는 가게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8만명이 늘었다. 나머지 10만명은 자영업에서 사라졌다.

나홀로 사장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홍대에서 4년째 우동집을 운영하는 홍승우(53)씨는 4명이던 알바를 모두 내보내고, 혼자 운영하고 있다. 첫째인 대학생 딸이 주말마다 와서 돕지만 이미 손님이 없다.

한 달에 못 해도 800만원씩 고정비가 나가지만 한달이 다가도록 지나도록 수입은 고정비의 절반이 안된다. 느는 건 담배뿐이다. 홍씨는 "차라리 쉬는 게 낫다"면서 "코로나 전부터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냥 버티기도 어렵다.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코로나 여부를 떠나 하지 말라고 간곡히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언택트 소비 거스를 수 없는 흐름…모바일로 옷보다 음식 더 많이 주문하는 시대

2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상가. '임대문의,' '점포정리' 등이 적힌 종이가 창문에 부착됐다. /사진=정한결 기자.
2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상가. '임대문의,' '점포정리' 등이 적힌 종이가 창문에 부착됐다. /사진=정한결 기자.

문제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달·포장 등 언택트 소비에 맛을 들인 고객이 다시 매장을 찾을 지는 미지수다. 언택트 전환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음식점들이 모두 곡소리를 내고 있는 사이 배달 주문은 크게 늘었다. 올 2분기 온라인 음식서비스 쇼핑 금액은 3조83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8%나 늘었다.

특히 모바일쇼핑 거래액에서 음식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4.4%로 가장 크다. 1년 만에 기존 모바일 쇼핑 강자였던 △옷(의복) △가전·통신기기 △음·식료품 구매 금액을 뛰어 넘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대면 사업자들은 온라인 사업의 발달로 설 자리를 서서히 잃고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유통업계다. 전자상거래업체를 필두로 비대면 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자본력과 규모를 앞세운 대형마트도 버티지 못했다.

정은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자영업자들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확대를 위해 지역별 공공배달앱 구축이나 수수료체계 표준화, 라이더 라이센스 제도화 등 공정한 환경 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한결 기자·김남이 기자


"업종 전환, 주문 판매 지원" 자영업 정책도 변해야 산다


폐업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폐업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코로나19가 '비대면 시대'를 앞당기면서 자영업 생태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직접 찾아오는 고객이 줄고, 배달 포장이 늘어나면서 매장을 줄이고 배달 영업이 강화하는 추세다. 안그래도 '무한경쟁'에 시달리던 자영업자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절박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부의 자영업 지원 정책도 이런 환경에 맞춰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창업과 단기 지원에 머물러 있는 정부 정책을 주문 판매를 위한 인프라 구축, 업종 전환 관련 규제 완화 등 자영업자들의 변신과 적응을 돕는데 관심을 더 쏟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창업 지원에만 치중된 현 정책…사업 안정 시까지 지원해야

22일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정부의 자영업자 대응 전략은 창업 지원과 유지 쪽에 편중돼 있다. 창업 시 금리 우대, 세금 면제 등이 가장 대표적인 자영업자 지원책으로 꼽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정종화 삼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창업 후 손익분기점까지 가는데 일정한 시간이 걸리는데 그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라면서 "현 정부 지원은 창업을 부추기기만 하지 영업을 유지하는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 역시 단기 처방에 그친다. 정부는 최근 음식점과 커피전문점 등 영업시간 제한을 받는 '집합제한업종'에는 150만원을, PC방이나 학원·독서실 등 '집합금지업종'에는 2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코로나로 힘들어진 자영업자들에게 대출 지원 등이 제공되는데, 모두 단기 처방에 그친다는 단점이 있다.

김태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매출 감소에 따른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코로나 이후 변화한 사람들의 소비행태에 맞춰 온라인 판매 및 생활밀착형 채널 강화, 매장 운영방식의 변화, 고객에 대한 분석과 맞춤형 전략 마련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언택트 문화 확산에 따라 자영업 대응 전략도 변해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자영업자 대응 전략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은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언택트 소비 문화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장 활용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건축법의 용도변경 유연화 및 절차 간소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법은 건축물 용도에 따른 업종을 제한하는 법률이다. 현재 자영업자는 특정 업종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신고 등 절차를거쳐야 한다.

장 연구위원은 "복수 사업자등록 일반화로 자영업자들이 상황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의 물건 판매를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유통업계는 라이브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정부가 자영업자들이 보다 쉽게 이에 뛰어들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라이브 커머스 시장 건전성 확대 역시 정부가 해야 할 일로 꼽힌다.

이 외에도 장 연구위원은 자영업자들의 비대면시대 연착륙을 위해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 관점에서 상권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자영업자들의 역량 강화와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해 자영업자들의 고용보험 가입률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고용보험 해지 시 선택적 환급', '소득보장보험' 등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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