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R들으러 유튜브 대신 11번가 간다"…'동영상 리뷰'로 승부수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직장인 A씨는 평소 온라인쇼핑 도중 사려고 마음 먹은 제품이 있으면 구매후기를 자세히 본다. 하지만 사진이나 글 리뷰로는 제품의 성능이나 모양 등이 제대로 와닿지 않아, 다시금 블로그 등에 후기를 검색해보곤 했다. 그런 A씨에게 동영상 리뷰는 '신세계'였다. 영상으로 자세히 제품을 보여주고 후기를 들려주니 신뢰감이 생겼다. 이후 A씨는 심심할 때면 다른 제품 동영상 리뷰를 보다가, 흥미있는 상품을 구매하게 됐다.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V-log(일상 브이로그) 등 동영상 콘텐츠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11번가가 지난해 론칭한 동영상 리뷰 부문 '꾹꾹'이 고정 팬층을 불러모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28일 e커머스 11번가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해 11월 구매자의 동영상 구매 후기를 모아 보여주는 '꾹꾹' 서비스를 시작했다. 11번가 화면 상단 '꾹꾹' 탭에서 이용 가능하며, 11번가에 게시된 동영상 리뷰 중 인기 콘텐츠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형태다.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후기를 동영상으로 시청하면서 해당 제품 페이지로 이동해 구매 가능하다.

'꾹꾹' 서비스는 론칭 1년도 되지 않았지만 꽤나 고정 팬층을 모았다는 게 11번가 측 설명이다. 매달 4.5만~5만개의 꾹꾹 동영상이 게시되고 있다. 우수 동영상 리뷰를 게시할 때는 300P(포인트), 3개 이상 등록시엔 1000P를 더 얻는 수준으로 혜택이 크지 않지만, 이처럼 소비자 반응이 나온 데 대해 11번가는 '재미'를 이유로 꼽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꾹꾹'에서 좋아요를 받으며 '재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영상 리뷰를 올리고 있다"며 "꾹꾹 내부에서 리뷰어 랭킹도 있는데, 랭킹이 높은 소비자들은 수십만개의 꾹꾹 좋아요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꾹꾹에는 11번가에서 구매한 음식을 조리해서 차려내는 영상부터, 구매한 옷을 입고 자체 패션쇼를 보이는 영상, 반려묘에게 구입한 간식을 먹이는 영상까지 유튜브를 버금갈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가 모였다. 일부 유튜버들은 본인 채널을 위해 먹방(먹는 방송) 콘텐츠를 만든 뒤 다시 재편집해 꾹꾹 리뷰로 게시하고 있기도 하다.

11번가 관계자는 "상품에 동영상 리뷰가 달리면 해당 상품의 페이지조회수(PV)가 급증한다"며 "동영상 리뷰가 1개 달렸을 때 평균 PV가 7300회, 5개의 리뷰가 등록된 상품은 평균 PV가 7만4000회로 10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11번가는 지난 14일부터 대학생 꾹꾹 리뷰단 '꾸루' 3기를 출범시키는 등 '꾹꾹' 홍보에 열심이다. e커머스 최초의 고객 참여형 동영상 플랫폼인데다가, 지속적으로 반응이 오고 있는 만큼 박차를 가하겠단 포부다.

'커머스포털'을 지향하고 있는 11번가는 꾹꾹 외에도 '월간 십일절' 같은 데이(day) 마케팅, 라이브커머스(라방) 등을 선보이면서 빠른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왔다. 이상호 11번가 대표가 2018년 취임하면서 내세운 변화다. 이 사장은 쇼핑의 재미·정보·참여의 가치를 제공하는 '커머스포털' 차별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며 "지금까지 e커머스가 가격 중심의 대동소이한 서비스로 경쟁해 왔다면, 11번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의 전략은 지난해 흑자전환 성공으로 부분적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해 11번가는 14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48억원 영업적자에 이어 2분기에도 5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다시금 적자로 전환됐다. e커머스 업계가 수혜를 받은 가운데 11번가는 부진했기에 우려가 커졌다. 2020년 연간 흑자 목표도 세우기 어려워진 게 아니냔 지적이 나왔다.

11번가는 커머스포털 전략은 장기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또 하반기에는 연말에 보복쇼핑 수요가 회복하면서 디지털 가전 부문 등이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1월에 11번가 연간 최대 쇼핑 축제인 '11절 페스티벌'이 있는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이외에도 11번가는 검색·추천·쇼핑환경개선 등으로 연간 손익분기점 수준 수익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대 적자를 불사하는 과도한 e커머스 경쟁 환경에서 쇼핑의 재미·정보·참여의 가치를 제공하는 11번가 만의 차별점으로 성장과 수익을 동시에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