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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KB 윤종규 회장의 화수미제(火水未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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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2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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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이불수 수이부실(苗而不秀 秀而不實), 싹이 자라서 모두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니며, 꽃을 피운다고 모두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뛰어난 사람이 많지만 역사에 남을 정도의 큰 성취를 이루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출범한 KB금융그룹은 20년 넘는 역사 속에서 초대 김정태 통합은행장부터 강정원 황영기 어윤대 임영록 이건호씨 등을 거쳐 지금의 윤종규 회장까지 이르렀지만 큰 성과를 낸 사람은 드뭅니다. 회계법인에 있던 윤종규씨를 발탁해 국민은행으로 부른 김정태 행장조차 혁신적 경영으로 합병은행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건강이 악화해 미완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CEO는 모두 이런저런 사고에 연루돼 임기조차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에 이르러 비소로 리딩뱅크로서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이 됐습니다. 윤종규 회장 본인은 라응찬 김승유 김정태 회장 등에 이어 한국 금융사에서 보기 드문 ‘3연임 회장’ 반열에 올랐습니다. 윤 회장의 3연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지난 6년의 성과와 실적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윤종규 회장은 3연임을 한 다른 전·현직 회장들과 스타일이 다릅니다. 마당발 큰형님 보스 카리스마 같은 정통적 리더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겸손하다 못해 샤이하고 소박합니다. 늘 소통하고 학습하고 절제합니다. 디테일에도 강합니다. 인사에서는 공정의 원칙을 지킴으로써 병폐였던 조직 내 파벌이나 갈등을 없앴습니다. 윤 회장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 이뤄낸 계량적 성과보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디지털 시대 리더십의 표본입니다.
 
항용유회 영불가구야(亢龍有悔 盈不可久也), 너무 높이 올라간 용이 후회하고 불운하다는 것은 가득 찬 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그룹 회장 자리는 최고의 자리지만 매우 고단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윤 회장 역시 KB금융 회장이라는 이유로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모욕을 당했습니다. 또 윤 회장은 3연임에 성공했지만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KB금융도 마찬가지입니다. 윤 회장 같은 리더를 만나 최고의 금융그룹이 됐지만 영원히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는 없습니다. ‘위대한 기업’도 몰락합니다. 몰락과 쇠퇴의 원인은 성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만일 수도 있고, 아니면 과거 KB금융처럼 내부 분열과 갈등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3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회장도, 리딩뱅크가 된 KB금융도 지금처럼 큰 성과를 내고 일이 잘 풀릴 때 더 경계하고, 마지막 길을 미리 살펴야 합니다.
 
가여립 미가여권(可與立 未可與權), 함께 세울 수는 있어도 권력을 물려줄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후생가외(後生可畏)라고, 후배들을 두려워하고 심혈을 기울여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환경이 아니고 사람입니다. 후계자 그룹을 키우고 최종적으로 후임자를 결정하는 것은 윤종규 회장의 남은 임기 내 최대 과제입니다.
 
이미 KB금융에는 몇몇 후보가 있습니다. 허인 국민은행장, 양종희 손해보험 대표, 이동철 카드사 대표 등입니다. 모두 회장후보군에 한번은 올랐습니다. 윤 회장은 이들 중 권력을 물려줄 사람이 누군지, 물려줘서는 안 될 사람이 누군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조직이 근심하기 전에 먼저 근심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모두 즐거워하고 난 뒤에 즐기는 그런 사람을 골라야 합니다.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강조한 말은 윤집기중(允執其中)입니다. 사적 이해와 정리에 치우치지 말고 공정의 원칙인 중도를 굳게 지키라는 것입니다.
 
주역 64괘의 마지막은 화수미제(火水未濟)입니다. 미제는 미완성입니다. 역사도 기업도 인생도 모두 미완성이고, 완성이 아닌 미완성이 정상입니다. 윤종규 회장도 남은 3년간 모든 것을 다 이루려고는 하지 마십시오. 계지재득(戒之在得)이라 했지요. 나이 들어 가장 경계할 것은 이미 얻은 것을 놓지 않으려는 욕심입니다. 3연임한 전직 금융그룹 회장들이 모두 이 때문에 무너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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