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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법도 못 지키는데…'재정준칙' 발표 전부터 실효성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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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김훈남 기자
  • 유선일 기자
  • 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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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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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포퓰리즘 방패 재정준칙(下)

[편집자주] 정부가 조만간 재정준칙을 마련해 발표한다. 재정준칙은 단기적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 남발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제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34개국이 도입했다. 단순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00%'로 국가채무를 관리한다'라는 식의 경직적인 제한선을 제시하기보다는 우리가 처한 인구와 경제성장 여건 등 현실을 고려한 준칙을 내놔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있는 법도 못지키는데…재정준칙 실효성 있을까


있는 법도 못 지키는데…'재정준칙' 발표 전부터 실효성 걱정
나라 곳간이 비지 않도록 지켜야 할 '선'을 만든다는 게 재정준칙의 취지지만 현행법에서도 나라의 재정건전성 유지의무는 규정돼 있다. 다만 채무나 지출에서 지켜야 할 한계가 명확하지 않아 그때그때 상황과 정치 논리에 맞게 재정건전성 유지의무를 어겨왔다는 지적이다. 재정준칙이 제구실을 하려면 구체성과 함께 어느 정도 강제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7일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국가채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국가채무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이 법은 재정부담을 수반하는 법안을 제출할 때 재원조달 방안을 첨부하도록 하고, 5년 단위 재정관리계획을 세우게 하고 있다. 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요건을 규정해 정치권이나 정부 임의대로 예산편성 및 확장을 제한했다.

문제는 일반론적인 '원칙'에 초점을 맞춘 데다 강제성이 약한 탓에 현실에선 재정건전성 유지의무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국세감면한도다. 사실상 재정지출과 동일한 효과를 보는 국세감면은 국가재정법과 대통령령에 따라 직전 3개년 국세감면율 평균에 0.5%p(포인트)를 더한 값을 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세감면율은 13.9%로 법정한도 13.3%를 0.6%포인트 초과했다. 2020년 국세감면율 역시 15.4%로 법정한도 13.6%를 1.8%포인트 초과할 전망이다. 미·중 글로벌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기침체,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경기 충격 탓에 세금 감면 대상이 늘어나고 국세수입이 줄어든 영향이다.

다른 재정건전성 유지의무와 달리 기준이 명확한 국세감면도 경제 상황에 따라 법정한도를 어길 수 있다는 의미다. 5년 단위 중장기 재정관리 계획 역시 지켜야할 기준이라기보단 전망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재정준칙에는 보다 명확한 건전성 기준이 포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준칙을 만든다면 구속성이 있어야 한다"며 "선언적인 준칙보다는 실효성이 있도록 법으로 만들면 (불가피하게) 위반 시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하는 등 구속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훈남 기자



한국·터키 빼고 다 있는 재정준칙…코로나로 '유연성' 강화 추세



있는 법도 못 지키는데…'재정준칙' 발표 전부터 실효성 걱정

재정준칙은 이미 세계 주요국이 도입·운영 중인 ‘보편적 제도’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진행 중이고 경기 악화로 재정의 필요성이 강조된 최근에는 예외 규정을 두면서 '유연성'을 많이 허용하는 모습이다.

◇ 재정준칙, 92개국 도입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0.9.23/뉴스1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0.9.23/뉴스1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준칙을 도입·운영 중인 국가는 세계 총 92개국에 달한다. 특히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한국, 터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도입했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책연구개발과제로 작성된 ‘재정준칙 활용에 관한 주요국 사례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준칙은 1990년대에는 5개 국가(독일, 인도네시아, 일본, 룩셈부르크, 미국)만 도입했었다. 일본과 독일은 재정준칙의 역사가 각각 1947년, 196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처럼 초기에는 주로 선진국이 재정준칙 도입을 선도했지만, 최근 20여년 동안 개발도상국 등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며 현재 92개국까지 늘어난다. 보고서는 이런 원인에 대해 △1990년대 초반 금융·경제 위기로 인해 채무가 과도해진 경우(핀란드, 스웨덴) △라틴아메리카의 채무 위기(브라질, 페루) △유로지역에 적합한 재정개혁 필요(벨기에) △늘어나는 적자와 채무를 줄여야 하는 부담(네덜란드, 스위스) 등으로 설명했다. 보고서는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 된 재정수단으로서 재정준칙이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재정에 문제가 생긴 국가가 많았던 만큼 재정준칙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어느 국가든 대체로 정권은 수년마다 계속 바뀌기 때문에 ‘집권하는 동안 재정을 많이 쓰고 싶다’는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재정준칙이 필요한 근본적 이유”라고 말했다.

◇엄격한 기준 도입...코로나 이후 ‘유연화’ 모습도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 2020.01.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 2020.01.20. photo@newsis.com

주요국 재정준칙을 살펴보면 대체로 ‘엄격한 기준’을 도입한 경우가 많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20 주요국의 재정제도’에 따르면 독일은 1969년부터 헌법에 채무준칙(경제가 균형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를 제외하고 신규 차입은 자본투자에 한정)을 규정해왔다.

독일은 2009년 헌법을 개정해 보다 엄격한 제도를 도입한다. 이른바 ‘채무제한제도’라는 것인데, 이는 연방정부가 구조적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주정부는 올해부터 재정수지를 GDP 대비 0%로 달성해야 하고, 경기변동을 고려한 공공재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다만 헌법에서 자연재해나, 국가 통제를 벗어나 재정상황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예외적 비상상황’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1990년 ‘예산집행법’을 통해 페이고(Paygo) 원칙을 도입했다. 페이고는 비용이 수반되는 정책을 세울 때 재원 확보 방안을 반드시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다. 당초 미국에서 페이고 원칙은 2002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됐지만, 2009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1%까지 확대되자 2010년 ‘페이고법’을 재도입한다. 과거와 달리 별도 시효 규정을 두지 않았다.

미국은 특정한 경우에 정부 예산을 일부만 제외하고 일정 비율대로 삭감하는 ‘강제삭감 제도’도 1985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 제도를 사용한 사례는 총 10번인데, 이는 △적자한도로 인한 강제삭감 2회 △지출한도로 인한 강제삭감 2회 △예산통제법 규정 위반으로 인한 강제삭감 6회 등이다.

유럽연합(EU)은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EU 회원국이 ‘GDP 대비 국가채무 60%, 재정적자 3%’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조약이 발효된 1993년 유로 회원국의 재정적자 비율은 5.8%에 달했지만, 이후 재정건전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며 1997년 2.7%까지 낮아진다.

다만 EU는 올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재정준칙을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한다. 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지난 3월 성명을 내고 유로존 또는 EU 전체에 ‘심각한 경기 둔화’라는 재정준칙 면책조항 사용 조건이 충족됐다는 EU 집행위 평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국가채무 60%, 재정적자 3%’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EU가 면책조항을 사용해 재정준칙에 유연성을 부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코로나를 계기로 유연한 재정준칙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 방향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경제전문가들은 유연성을 도입하더라도 재정준칙으로서 실효성을 잃을 수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준칙을 너무 경직적으로 정해놔선 안 된다. 어느 정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재정준칙이 유명무실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적정한 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일부에선 "'면피' 재정준칙 될라"



있는 법도 못 지키는데…'재정준칙' 발표 전부터 실효성 걱정
전문가들은 재정준칙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함을 지적한다. 정부는 '유연한 재정준칙'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제시한 준칙의 강제성을 두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확장재정, 유연한 재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면서도 "어떤 경우를 예외로 할지 기준과 방법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을 예외로 한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은 결국 모든 경우가 예외라는 말과 같다는 얘기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예외조항이 너무 많으면 정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쉽게 재정준칙을 어길 수 있다"며 "예외는 구체적인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지금처럼 유연성을 강조하며 '선언적'인 재정준칙을 마련한다면 없을 때와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미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목표 국가채무비율을 2024년까지 50% 후반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준칙이 유연성을 폭넓게 인정해 실효성을 갖지 못한다면 국가재정운용계획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뉴시스
강제성이 없는 '준칙'만으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 속에 재정준칙 조항을 삽입해야 강제성이 생긴다는 의미다. 대통령령인 시행령과 부처가 바꿀 수 있는 시행규칙은 상황에 따라 기준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적어도 국회 통과를 전제로 한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기백 교수는 "적어도 법으로 규정하면 지키지 못할 때나 예외를 적용해야 할 때 여야 합의 등 엄격한 절차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연성 정도, 법제화 등 형태를 넘어서 정치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도 국가재정법에 명확히 들어가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정치권이 예외사항이라 주장하면서 준칙을 지키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 헌법에 넣어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에 마련되는 재정준칙을 최대한 준용하겠다는 정치권의 의지"라고 말했다.

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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