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명 중 이상반응 1명…"독감백신 못 믿겠다" 커지는 불신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정부가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2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한 내원객이 유료 독감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2020.09.23. [email protected]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의 ‘상온 노출’ 사건으로 국가예방접종 사업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백신 제조업체들은 이번 사태가 자칫 백신 제조 및 유통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은 현재까지 407명이다. 질병청은 당초 ‘접종자는 전혀 없다’고 밝혔으나 추가 조사 결과 105명→224명→324명→407명으로 계속 늘었다.

특히 접종자 중 1명은 ‘이상 반응’까지 나와 우려를 더욱 키운다. 양동교 질병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제 1명이 주사 맞은 부위에 통증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 외에 이상 반응이 보고된 바는 없다"고 했다.

상온 노출이 의심돼 사용이 중단된 백신 물량은 총 578만명분이다. 앞서 질병청은 국가조달 백신 물량을 공급하는 업체인 신성약품이 백신 배송 과정에서 '냉장유통(콜드체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21일 예방접종을 전면 중단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일주일이 경과했지만 ‘물백신’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상온에 노출된 백신의 품질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증 결과는 앞으로 1주일은 더 지나야 발표될 예정이다.


물백신 가능성 낮지만…커져만 가는 국민불신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인천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다가오는 겨울철 독감의 동시 유행을 대비해 노숙인과 자활쉼터 이용자 등 취약계층에게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실시하는 가운데 28일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 앞에서 쉼터 이용자들이 독감접종을 받고 있다. 2020.09.28.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상온에 노출된 백신을 맞았더라도 백신 효능에 문제가 생겼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물백신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추가 예방접종을 통해 충분히 독감에 대비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백신 제조사들도 상온에 노출된 백신에 단백질 변성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 제조사들에 따르면 독감 백신의 경우 통상 25℃ 이상의 조건에서 한 달 이상의 기간이 지나야 단백질 변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독감 같은 사(死)백신은 25℃에서 2~4주, 37℃에서 24시간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업체들의 자료와 자체 검사, 고강도의 평가를 통해 백신에 대한 안정성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과학적 입증만으로 이번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성 문제에 앞서서 방역당국과 백신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불똥이 튄 백신 업계로서는 근심이 깊어진다.

백신 업체 관계자는 “이미 안정성이 입증된 백신인데 이를 다시 검증하는 모습은 제조사의 문제로 보일 수 있다”며 “방역당국이 이번 사건과 관련한 발표에서 최대한 혼선을 없애야 한다. 백신의 안정성에 앞서 국민불신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