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쿠팡이츠 성장세…배민·요기요 "우리, 괜찮을까?"

31일 오전 서울 한 시내의 음식점 앞에 배달기사들이 포장 음식을 나르고 있다. 2020.08.31. 뉴시스

쿠팡이츠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배달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e커머스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쿠팡이 물량공세로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배달시장에서도 동일한 전략으로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4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코로나19(COVID-19)가 확산한 뒤 수개월째 애플 앱스토어 식음료 다운로드순위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또한 구글 플레이스토어 식음료 다운로드 순위에서도 지난달 29일까지 선두를 차지했다. 4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 식음료 다운로드순위에서는 할인행사를 진행중인 BBQ치킨이 전체 1위로 치고 올라왔지만, 쿠팡이츠는 여전히 전체 2위로 배달앱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구글플레이스토어 식음료 부문 1위도 쿠팡이츠였다. 이어 △2위 배달의민족 △3위 배달요기요 △4위 반올림피자샵 △5위 스타벅스 △6위 마켓컬리 △7위 맥도날드 등이 순위에 올라왔다.

지난달 29일 기준 구글플레이스토어 식음료 차트 인기 앱 순위

앱 다운로드수가 보여주듯 쿠팡이츠의 성장세는 매섭다. 쿠팡이츠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쿠폰 할인혜택까지 더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해 5월 론칭 후 1년 만인 지난 6월, 배달통을 밀어내고 배달앱 시장 3위에 올라섰다. 이전까지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이 선두권을 지키던 시장이다.
9월 아이지에이웍스 자료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앱 이용 시간을 기준으로 업계 2위 요기요도 넘어섰다. 지난 8월 한달 동안 쿠팡이츠를 설치한 이용자의 평균 이용시간은 0.61시간으로 요기요 0.5시간을 제치고 2위였다. 배달의민족은 1.1시간으로 1위였다.

쿠팡이츠가 내세운 차별점은 '빠름'이다. 쿠팡이츠는 경쟁사와 달리 여러 주문을 한꺼번에 배달하는 이른바 '합배달'을 하지 않는 점을 내세웠다. 배달원 1명이 1개씩만 배달하기에, 일반적으로 2~4개씩 배달하는 경쟁업체보다 배달 시간이 짧다. 경쟁업체는 여러 매장에 들리다보니 배달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달업계가 우려하는 건 단순히 '빠름'이 아니라, 쿠팡이츠의 자본력이다. 이미 앞서 쿠팡은 대규모 투자금을 배경으로 지속적인 물류센터 투자와 로켓배송 등의 서비스로 e커머스 업계 1위에 올라섰다. 이 같은 전략을 배달시장에서도 사용할 경우 현재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절대적 지위를 갖고 있는 시장에 균열이 생긴다는 우려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다른 배달앱들은 합배달을 하더라도 AI(인공지능)을 이용해 배달기사에게 빠른 길을 제시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배달 속도를 줄이려고 한다"며 "그런데 쿠팡이츠는 무조건 합배달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운다"며 지적했다.


그는 "보통 합배달을 하지 않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데, 쿠팡이츠가 언제까지 이를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만일 쿠팡이츠가 e커머스 업계에서 보였듯 자본력으로 지금과 같은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간다면, 앞으로 배달업계 세력 지형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쿠팡이 이처럼 배달앱 시장에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건 막대한 규모의 배달 시장이 그만큼 매력적이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시장 규모는 2017년 15조원에서 2018년 20조원으로까지 커졌다. 업계는 지난해 배달시장이 23조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앱 이용자도 2013년 87만명에서 지난해 250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즉 당장은 배달 분야에서 큰 이익이 나지 않고 적자를 보더라도 훗날을 위해 판매자와 소비자를 많이 확보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아직까지 쿠팡이츠의 시장점유율이 미비하다는 입장이다. 배달업계에서 쿠팡이츠가 차지하는 비중도 적고, 거둬들이는 수익도 없다시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달업계에서는 쿠팡이 배달앱 경쟁사들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엄살을 떨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위메프오 등 다른 신사업자와 쿠팡이츠는 본질적으로 위협정도가 다르다"며 "쿠팡이츠는 무서운 존재로 그 성장세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