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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500일 배터리 소송…"판결 나와도 3~4년 더 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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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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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美에 맡긴 韓 배터리 세기의 소송(종합)

[편집자주] 2025년 180조원 시장으로 연평균 25%씩 커질 전망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그러나 한국 배터리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세기의 전쟁'으로 불리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한창이다. 500일 넘게 물고 물리는 싸움을 벌여온 이 소송은 내달 26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첫 판결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업계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번 소송의 예상 시나리오와 의미를 점검해본다.


500일 배터리전쟁, 더 갈까 멈출까…ITC 예상 판결 3가지


LG·SK 500일 배터리 소송…"판결 나와도 3~4년 더 갈것"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이제 500일을 넘기며 1라운드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내달 26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다시 지난한 법정 싸움으로 이어갈 지, ITC 판결을 앞두고 양사가 극적 합의에 도달할 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C는 LG화학이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제기했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을 오는 26일(미국 시간) 내릴 예정이다. 이 판결은 당초 10월5일에서 다시 3주 연기됐다. ITC는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양사의 첨예한 대립으로 ITC 고민도 그만큼 깊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소송이 제기된 지 518일(2019년 4월30일~2020년 9월28일)이 흘렀다. 이 소송을 시작으로 양사는 국내외에서 특허침해 소송을 포함해 각종 민·형사 소송을 주고 받으며 크게 부딪쳤다.

올해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이메일 삭제 등 증거훼손을 이유로 들어 LG화학에 예비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이 예비 판결에 불복해 재판부에 재검토 요청을 신청했고, ITC는 5명 위원의 만장일치로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ITC는 이의제기 신청에 대해 위원 단 1명이라도 이를 수용하면 재검토에 들어간다.

최종 판결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업계에서 예상되는 ITC 최종판결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첫째, ITC가 지난 2월 예비판정을 고스란히 인용한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0일 이내 SK이노베이션 제품의 미국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수입금지 조치가 공익에 반한다고 여겨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미국에서 사실상 전기차 배터리를 팔 수 없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방법이 없진 않다. SK이노베이션은 곧바로 연방법원에 항소할 수 있지만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입금지 영향은 계속 된다. 단 패소 이후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합의한다면 수입금지는 다시 철회될 수 있다.

두번째로 지난 2월 예비판정에 대해 ITC의 '수정(Remand)' 지시가 나올 수 있다. 이는 사실상 LG화학의 패소로 비춰질 수 있다. 그동안 LG화학은 ITC의 재검토(Review)는 통상적인 절차로 뒤바뀐 적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온데다 내용적으로는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해 예비판결이 내려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럴 경우 싸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다시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게 된다.

만약 ITC가 수정 지시를 한다면 '영업비밀 침해'에 관한 판단을 명확히 내리기 힘든 이유일 수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135페이지 분량의 ITC의 예비 판결문은 상당 부분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했는지, 포렌식(증거물 분석) 명령 위반에 따라 법정 모독을 했는지, 증거보존 의무가 생겨난 시점을 언제부터로 볼 것인지 등에 집중했다.

당시 ITC는 "훼손된 증거가 LG화학이 주장했던 영업비밀의 거의 모든 측면에 직접 관련 있거나 적어도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영업비밀 침해의 구체적인 내용을 자세히 적시하진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ITC는 전면 재검토 결정시 어떤 증거가 어떻게 파괴됐는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침해해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LG화학은 이로 인해 어떤 경제적 피해를 입었는지 꼼꼼히 살펴보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시나리오는 ITC가 2월 예비판정을 인용하되 공익과 연관된 부분은 별도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ITC는 이를 위해 미국 주 정부, 시 정부, 협력사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는 '공청회(Public Hearing)'를 열 것으로 보인다. 즉 이들의 의견을 들은 뒤 SK이노베이션의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ITC가 공익을 비롯해 다른 부분은 연방법원 결정에 맡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이미 ITC 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 양사의 고객사라 할 수 있는 GM, 폭스바겐, 포드 등도 재판부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양사 소송의 결과에 따라 이들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로이터는 7월 "한국 라이벌 배터리 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더 큰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며 "미국 일자리 창출에 대한 압박은 양사 소송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ITC의 3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양사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공통적인 고민도 따른다. 이미 미국 로펌들에 들어간 막대한 소송 비용이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현재까지 쓴 소송 비용만 4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LG화학은 글로벌 로펌 피쉬앤드리차드슨, 덴튼스, 레이섬앤드왓킨스 등을 세 곳을 법률대리인으로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코빙턴앤드벌링 한 곳을 파트너로 뒀다.

양사의 최고경영진이 1년 넘게 경영에 온 힘을 쏟지 못한 것이나 일부 인력들이 소송에 매달리며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한 것 등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실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떤 시나리오가 나오든 연방법원 항소 재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통상 3~4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고 지금까지 들인 비용을 훌쩍 뛰어넘는 소송 출혈이 불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김성은 기자





K-배터리, 중국·일본에 낀 채 유럽·미국에 추격 당한다


/사진=AFP
/사진=AFP

한국 배터리업체끼리 물고 물리는 소송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국이나 일본, 유럽, 미국 등 전 세계가 한국 배터리업체 추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한국이 지금같은 글로벌 배터리시장의 점유율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글로벌 전략에 밀리는 K-배터리

특히 일찌감치 전 세계로 눈을 돌린 중국 CATL의 약진이 위협적이다. CATL은 독일에서 직접 배터리 공장을 짓고, 다임러와도 손잡으며 유럽 시장을 적극 노리고 있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 블룸버그NEF(BNEF)는 최근 "중국이 2020년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망 순위에서 지난 10년간 이 분야를 주도해온 한국과 일본을 빠르게 추월해 1위를 차지할 것"이라며 "2025년에는 중국 1위, 일본 2위, 한국은 8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 기준으로 LG화학이 일본 파나소닉, CATL과 선두 경쟁이 치열하고,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안정적인 5위권 유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BNEF의 배터리 공급망 순위는 △원자재 △셀·부품 제조 △환경 △RII(규제·인프라·혁신) △·최종수요 등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 업체들은 셀 부품 제조 부문에서만 역량을 인정받을 뿐 다른 부문에선 중국에 밀리는 모습이다.

◇미국·유럽도 K-배터리 추월에 속도 높여

유럽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아시아 견제를 외치며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배터리 '자급자족'을 선언한 유럽은 '자국산 배터리'로 분위기를 몰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서 "지난 세대는 어쩔 수 없지만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는 국산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단적인 예다.

미국도 성장성이 엄청난 배터리 시장을 가만 두고 보지 않을 태세다. 지난 10일 미국 에너지부(DOE)는 국방부, 국무부 등과 함께 '배터리 발전을 위한 연방 컨소시엄(Federal Consortium for Advanced Batteries·FCAB)을 발족하며 자국 배터리 산업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밝혔다. 이 컨소시엄은 "배터리는 가전에서 국방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을 움직이는 데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 열쇠"라며 배터리 산업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중국과 한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아는 전기차 시대에 맞춰 값싸고 파워풀한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며 "자라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외국 업체들에 의해서만 충족된다면 미국 산업은 고통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테슬라도 배터리 자체 생산력 증진 선언해

한국 배터리업계에 또 다른 변수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2030년까지 3테라와트시(TWh)까지 배터리 자체 생산력을 높이겠다고 선언했고, 3년 내 배터리 제조비용의 56%를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이 같은 계획들은 하나 같이 한국 배터리 업계에 중장기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수급만큼은 철저히 '자사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6월 독일 폭스바겐의 부품 조달 총 책임자인 슈테판 좀머 구매담당 이사가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놓고 사퇴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기차 2200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배터리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웨덴 배터리업체 노스볼트와 합작사 설립에 나선 것도 배터리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좀머 이사의 퇴진은 폭스바겐의 배터리 수급이 협력업체를 더 압박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고, 이런 모습은 비단 폭스바겐에 그치지 않고 모든 완성차 업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배터리 업계에도 여러 변수로 이어질 수 있다.

김성은, 우경희 기자




배터리 소송의 최대 이유…'영업비밀 침해'가 뭐길래



LG·SK 500일 배터리 소송…"판결 나와도 3~4년 더 갈것"
"이번 소송의 본질은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명백히 밝혀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자는 것입니다."

지난해 4월말, LG화학 (642,000원 상승10000 1.6%)은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와 댈라웨어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며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전기차용 배터리(2차전지) 핵심 인력 쟁탈전에서 벌어진 갈등을 국제 소송으로 확대하게 된 이유를 '영업비밀 침해' 때문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LG화학은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 (131,500원 보합0 0.0%)이 2017년부터 2년간 배터리 연구·생산 등 전 분야에서 100여명의 핵심 인력을 빼갔고, 이들이 이직 과정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많게는 1900여 건의 핵심 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의 연구개발비가 LG화학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도 영업비밀 침해의 한 단서로 들었다. LG화학은 2018년 연구개발비로 1조600억원을 투자했는데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은 2300억원에 그쳤다는 게 영업비밀 침해의 또 다른 근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을 침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한다. 양사의 배터리 기술과 생산 방식이 다르고, 이미 SK이노베이션도 핵심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굳이 경쟁사의 기술이나 영업 비밀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LG화학 직원들의 이직 역시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LG화학에서 이직해 온 직원은 100여명 정도인데, 이는 SK이노베이션 경력직에 지원한 LG화학 출신 직원 1000여명의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가 1년 5개월 넘게 미국 소송전을 이어가면서 반박에 재반박을 내놓으며 최종 판결 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결국 사안을 바라보는 양측 입장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업비밀 침해는 과연 실제로 있었을까. 일단 SK이노베이션은 "ITC 예비 판결에는 양사에서 지워진 문서 중 어떤 것이 영업비밀이고 어떤 것이 LG화학측 손해와 관련된 문서인지 설명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며 ITC의 이 같은 예비 판결에 따라 관련 사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과 관련해 절차적 규범을 준수하지 못해 '조기 패소'라는 결론이 내려지는 바람에 정작 '어떤' 영업비밀이, '얼마나' 침해됐는지 여부는 제대로 다퉈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LG화학은 이 주장에 대해서도 해석이 다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삭제한 문서 내용들이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ITC가 '조기 패소' 예비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침해된 영업비밀 리스트는 현재 비공개 정보로 ITC에 모두 제출돼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삭제를 위해 정리된 문서 목록만 봐도 전기차 배터리 원가·구매나 가격 영업비밀을 탈취한 정황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탈취한 목적도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폭스바겐과 포드로부터 배터리를 수주하기 위해 LG화학의 영업비밀에 의존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일단 손해를 배상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무엇을 훔쳐갔는지부터 분명히 밝힌 뒤, 필요하다면 이에 따른 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순서"라고 반박했다.

양측 공방은 이제 내달 26일로 예정된 ITC 최종 판결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이 소송의 처음과 끝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ITC가 어떤 판결을 내릴 지 주목된다.


안정준,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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