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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나이 73세에 이리 섹시할 줄이야…'가황의 트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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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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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0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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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30일 한가위 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이렇게 뜨거운 무대라니, 3시간도 부족한 ‘열정의 호흡’

30일 KBS 2TV 한가위 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사진=KBS 영상캡처
30일 KBS 2TV 한가위 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사진=KBS 영상캡처
“일반 트로트와 수준이 다른…” “천 년에 한 명 나올 만한 존재”

30일 KBS 2TV 한가위 특집으로 방영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 추첨으로 선발된 일부 열혈팬이 던진 평가다. 이런 말들을 증명하듯, 73세 ‘트로트의 장인’ 나훈아는 2시간 30분간 무대 내내 전혀 피곤한 기색 없이 명불허전의 무대를 선보였다.

70세가 넘는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알고 시청했는데도, 그는 어떤 순간에도 그런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다. 그런 실체가 신기할 뿐이었다.

히트곡이 셀 수 없이 많은 뮤지션답게 공연은 3개의 주제로 나눠 펼쳐졌다. 1부 ‘고향’이라는 주제에서 선보인 첫 곡 ‘고향으로 가는 배’부터 그의 카리스마는 예사롭지 않았다. 이마엔 주름 하나 없었고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무엇보다 그의 가창력에 혀를 내둘렀다. 호흡 한번 내뱉을 때 강약을 거의 예술의 경지에서 조절하는 능력은 노래가 지닌 아름다움 그 이상을 설명하는 듯했다.

바이브레이션을 오래 끌거나 짙게 채색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음을 갖고 놀면서도, 목소리는 또 얼마나 고운지 그가 내뱉는 한음 한음이 모두 소중하게 들렸다.

동요 ‘고향의 봄’과 트로트 ‘모란 동백가’가 희한하게 어우러질 땐 그의 상징인 ‘옆선 곁눈질’이 등장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가사와 함께 보내는 곁눈질은 보는 이가 쓰러질 정도로 매력이 넘쳤다.

‘물레방아 도는데’를 부를 때 나훈아는 갑자기 노래하다 멈췄는데, 그 공백을 ‘1986년의 나훈아’가 메웠다. 35년 차이의 소리 비교는 결과적으로 하나마나 한 것이 됐다. 세월은 지금의 나훈아를 더 빛나게 했을 뿐이다. 이렇게 간드러진 소리로 듣는 이를 휘어 감는 뮤지션이 또 있을까.

30일 KBS 2TV 한가위 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사진=KBS 영상캡처
30일 KBS 2TV 한가위 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사진=KBS 영상캡처

그렇게 40분이 지나서야 나훈아는 첫 말문을 열었다. “우리는 별의별 꼴을 다 보고 살고 있는데, 이런 공연은 처음”이라고 말을 뗀 그는 “‘오랜만입니다’ 하면서 손도 좀 잡아보고 눈도 좀 보면서 해야지. 그래서 뜨거운 응원이 넘치면 오늘 할 것이 천지빼까리(온 세상에 널려있다는 경상도 사투리)니까 밤새도록 (노래)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영웅들이 있다”면서 “의사와 간호사 분들이 그렇다”고 덧붙였다.

2부 ‘사랑’에선 ‘트로트’라는 장르에서 벗어난 멀티 뮤지션의 면모가 또렷이 드러나는 무대가 이어졌다. ‘아담과 이브처럼’에선 랩을 버무린 트로트의 이색적인 멋이 도드라졌고 ‘무시로’는 하프의 전주로 시작했다.

최근 발매한 새 음반 수록곡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는 뮤지컬 구성으로 꾸몄고 ‘18세 순이’에선 청바지와 난방에 기타로 직접 반주하는 어쿠스틱 무대로 온라인 관객과 만났다.

트로트가 나훈아를 만나면 어떻게 무지갯빛으로 변할 수 있는지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그와 오랜 지인인 김동건(81) 아나운서가 2부 순서에 나와 ‘훈장을 사양했다는 이야기’에 대해 물었다.

나훈아는 “세월의 무게,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도 무거운데, 훈장까지 달면 그 무게를 어떻게 견디냐”며 “가끔 술주정도 하며 살아야 하는데 훈장 받으면 그 값을 해야 하니 무게를 못 견딜 뿐”이라고 설명했다.

‘노래를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말하면 내려올 자리나 시간을 찾고 있다”며 “아마 그리 길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건 아나운서는 “무슨 소리냐. 100살까지는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훈아는 2부 몇몇 곡들에 앞서 “나보고 신비주의라고 하는데, 가당치 않다. 언론에서 만들어낸 얘기”라며 “가수들은 꿈을 파는 사람인데 그 꿈이 가슴에 고갈된 것 같아 지난 11년간 여러분 곁을 떠나 세계를 돌아다녔다”고 과거사를 공개했다.

어쿠스틱 기타로 계속 이어진 노래에는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갈무리’, ‘비나리’, ‘영영’ 등이 있었다. 특히 ‘영영’의 마지막 가사 ‘못 잊을 거야’에서 ‘잊을~~~~’을 마치 게리 무어의 기타 연주곡 ‘Parisienne Walkways’의 마지막 연주에서 끄는 특별한 장음처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한 시청자는 “저거 아무나 못해”라며 거들었다.

30일 KBS 2TV 한가위 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사진=KBS 영상캡처
30일 KBS 2TV 한가위 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사진=KBS 영상캡처

3부 ‘인생’에선 사물놀이패로 분장해 북을 치는 열정의 나훈아 등 시간이 갈수록 더 뜨거워지는 무대를 만날 수 있었다. 신곡 ‘테스형!’을 부르고 나서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소크라)테스 형한테 ‘세상이 왜 이래’라고 물어보니, 테스 형도 ‘모른다’ 카네요. 세월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왕 가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 돼요.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합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 끌려가는 거고, 안 하던 일을 해야 세월이 늦게 갑니다. 여러분 저와 같은 마음 준비됐죠?”

이번 공연은 지난 9월 23일 추첨으로 뽑힌 전세계 온라인 관객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30일 다시 보기 없는 딱 한 번의 방송으로 펼쳐졌다. 이 때문인지 방송 순간 최고 시청률은 21.23%(조사기관 ATAM 기준)에 이를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선 굵은 얼굴에 고운 목소리, 빈틈없는 퍼포먼스 사이로 비치는 강렬한 상남자의 눈빛, 그리고 흔들림없는 철학과 태도…. 3시간 가까이 무대를 지켜보는 데도, 나훈아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여전히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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