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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하는 시장을 모르는 그들[송정렬의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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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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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최애’ 민생현장은 어딜까. 단연 시장이다. 우리가 흔히 재래시장, 전통시장이라고 부르는 그곳이다. 정치인의 시장방문 장면에는 변치 않는 몇 가지 필수공식이 존재한다. 영화 속 이별장면에서 항상 비가 오는 것처럼 말이다.
 
①시장을 방문하는 정치인의 드레스코드는 ‘노브랜드’의 수수한 점퍼나 코트다. 여기에 소속 정당을 상징하는 색상의 목도리를 센스있게 매칭해주면 금상첨화다. ②먹방도 결코 빠질 수 없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밥이나 어묵꼬치를 세상 그 누구보다 맛나게 먹어야 한다. ③상인들의 팍팍한 삶을 위로하는 말을 건네며 물건을 한아름 구매하는 ‘소비의 미덕’도 발휘한다. ④때마침 장 보러 나온 열성 지지자들과의 포토타임으로 일정은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전통시장이 변하고 있다. 마냥 ‘전통’에 기대어 ‘시장’의 변화를 외면할 수 없어서다. 서울 광장시장에 있는 박가네빈대떡, 이화폐백 등 5개 상점은 지난 추석 ‘차례상 배송서비스’에 나섰다. 인스타그램 기반의 온라인쇼핑채널과 신선식품 새벽배송 스타트업과 손잡고서다. 정부의 도움이 아니라 상인들이 생존을 위해 스스로 의기투합했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배달앱이나 네이버와 협업을 통해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온라인 판매에 나선 시장도 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 수는 2018년 기준 1437개, 연매출액은 23조9000억원이다. 8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하면 시장 수는 80개 줄었고 매출액은 그나마 2조5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정부가 전통시장 지원에 쏟아부은 돈만 2조4800억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씁쓸한 성적표다. 아무리 천문학적 예산을 쓴다고 해도 이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유통시장의 환경변화를 되돌릴 순 없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누구보다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절박한 위기감이 최근 전통시장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굳이 선거기간이 아니더라도 정치인들은 정말 자주 시장을 찾는다. 명절이라고 찾고, 새로 당대표를 맡았다고 방문하고. 여전히 정치적 이미지메이킹과 쇼잉에 있어 시장은 최고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슈퍼여당 민주당의 사령탑을 맡은 이낙연 대표가 지난 8월말 첫 공식일정으로 선택한 곳도 서울 마포 망원시장이었다. 그는 “쇼핑몰에 대해서도 의무휴일제를 도입하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을 빨리 처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무려 10여개에 달한다. 핵심은 대형마트에 대한 월 2회 의무휴업을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아울렛 등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유통규제의 주 타깃이던 대형마트가 실적악화로 매장을 잇달아 폐쇄하는 상황에서 다른 대형 오프라인 유통점들까지 규제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주장이다.
 
온라인쇼핑의 확산으로 전통시장이든 대형마트든 오프라인 유통은 너나 할 것 없이 쪼그라들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전통시장 상인 살리자고 대형 유통점 소상공인을 죽이자는 꼴이다. 세상은 온라인으로 변했건만 정치권의 사고는 10년 전에서 한발짝도 진전되지 않았다.

무수한 비판에도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술 더 떠 대형마트 입점금지 범위를 현재 전통시장 반경 1㎞에서 20㎞로 확대하자는 개정안까지 내놓았다. 사실상 전국에서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을 막자는 끔찍한 발상이다. 규제에 있어 정치권은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의 창의성을 보여준다.
 
어떤 병이나 문제를 고치려면 정확한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온다. 정치인들이 정말로 전통시장의 생존법이나 유통시장 발전방안을 찾고 싶다면 시장방문은 애초부터 잘못된 번지수다. 시장상인이 아니라 차라리 대형마트 소비자를 만나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게 맞다. 시장에서 사진 찍을 시간에 쿠팡도 써보고 온라인쇼핑도 해보며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해보라. 진짜 답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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