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톰브라운 단돈 40만원"…불황에 판치는 'K-짝퉁'

머니투데이
  • 오정은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VIEW 7,168
  • 2020.10.08 05:00
  • 글자크기조절
  • 댓글···

[MT리포트]명품 열풍의 그림자, 'K-짝퉁' 기승(上)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공포도 대한민국의 명품 사랑을 막진 못한다. 오늘도 샤넬과 롤렉스를 사기 위해 백화점에 긴 줄이 늘어선다. 하지만 명품 열풍의 그늘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짝퉁 유통도 증가하고 있다. K-짝퉁은 불황으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와 맞물려 돈은 없지만 명품을 소유하고 싶은 소비 수요를 10분의 1가격으로 자극하며 온라인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독버섯처럼 퍼지는 K-짝퉁의 지하경제를 들여다본다.


[단독]"400만원 톰브라운, 40만원에 산다"…'K-짝퉁' 판친다


(왼쪽)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공식 수입 유통하는 미국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의 진품 정장 이미지 (오른쪽) '메이드 인 코리아' 톰브라운 정장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B사의 미들 그레이 색상 수트 이미지
(왼쪽)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공식 수입 유통하는 미국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의 진품 정장 이미지 (오른쪽) '메이드 인 코리아' 톰브라운 정장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B사의 미들 그레이 색상 수트 이미지
"톰브라운과 봉제 하나 하나가 똑같습니다. 저희는 매 시즌 출시되는 신제품을 구매해 완벽하게 해체·분석해 직접 제작하고 있습니다. "(톰브라운 명품 정장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B사의 설명)

톰브라운, 아미(AMI), 오프화이트, 메종 마르지엘라…요즘 2030세대가 가장 열광하는 해외수입 브랜드를 완벽하게 카피해 판매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K-짝퉁'이 판치고 있다.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메이드 인 코리아' 짝퉁을 제조하는 업체 다수가 사업자 등록까지 하고 사법 당국의 눈을 피해 한국산 짝퉁을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톰브라운 단돈 40만원"…불황에 판치는 'K-짝퉁'


퓨****, 리***, 호***, 베*** 등 국내산 짝퉁을 판매하는 다수의 사이트는 사업자등록증까지 내고 버젓이 온라인에서 성업 중이다.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이들은 소상공인으로 분류돼 심지어 재난지원금까지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력이 9년이나 된 곳도 있었으며 의류, 가방, 넥타이에서 신발까지 정품과 똑같은 짝퉁을 제조해 판매 중이다.

글로벌 짝퉁 제조국 1위는 중국으로 국내 패션업계에서 짝퉁은 곧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 10대~30대에게 인기 있는 해외 수입·명품 브랜드를 그대로 복제한 국내산 'K-짝퉁'이 경찰과 특허청의 단속을 피해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유통 중이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여파에 유통업계의 지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면서 K-짝퉁 유통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독버섯처럼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짝퉁을 제조·판매하는 이들 업체는 적발이 쉬운 루이비통·샤넬·구찌 등 전통적인 명품이 아닌 톰브라운, 아미(AMI), 메종 마르지엘라, 오프 화이트, 로에베 등 컨템포러리 브랜드 또는 덜 대중적인 명품 브랜드를 주로 카피하고 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아미(AMI)의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R사의 아미 제품 이미지 사진/사진=R사 사이트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아미(AMI)의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R사의 아미 제품 이미지 사진/사진=R사 사이트


권 의원에 따르면 유통업자들은 먼저 정품 톰브라운, 아미 제품을 구매한 뒤 서울 동대문 방산시장을 돌며 똑같은 원단을 찾아낸다. 원단을 확보하면 서울 동대문·성수동 지역의 의류제조공장에 제조를 맡긴 뒤 게릴라식으로 1000장, 2000장씩 생산하고 있다. 확보된 물량을 공동구매처럼 날짜와 시간을 정한 뒤 판매하는데 5분, 10분 만에 물량이 완판되며 품절사태를 빚고 있다.

아미(AMI), 메종키츠네, 로에베 등 한국 10대와 20대가 좋아하는 쿨한 무드의 컨템포러리 브랜드 짝퉁을 판매하는 업체의 R사의 정품 50만원대 아미 티셔츠 생산 단가는 2만2000원. 이들은 2만2000원에 생산한 아미 모조품 티셔츠를 정품의 1/10 가격인 5만~6만원대에 팔고 있다. 구매자들은 구매 후기도 쓸 수 있으며 "정품과 똑같다, 정품보다 원단이 더 좋다"는 후기가 줄 지었다.

B사는 톰브라운 등 명품 정품을 구매해 해체, 분석한 뒤 정품의 1/10 가격인 30만~40만원대 팔고 있다. 이 업체는 '정품과 똑같은 품질, 완벽하게 재현한 핏과 봉제'를 내세운다. 고객들은 "톰브라운과 정말 똑같다"고 극찬한다.

위조상품의 범람을 표현한 구찌의 2020년 가을/겨울 FAKE/NOT 컬렉션/사진=구찌 공식 온라인몰
위조상품의 범람을 표현한 구찌의 2020년 가을/겨울 FAKE/NOT 컬렉션/사진=구찌 공식 온라인몰


섬유·의류산업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일으킨 기간 산업의 하나로 한국의 의류·가방·신발 제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오바마도 신는 신발'로 유명한 미국의 신발 브랜드 올버즈도 부산의 한 공장(노바인터내셔날)에 신발 제작을 의뢰해 자신들이 원하는 완벽한 신발을 제작해낼 정도다. 하지만 K-짝퉁 지하경제의 확대로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역량이 엉뚱한 짝퉁 제조에 투입되고 있다.

권명호 의원은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온라인에서 버젓이 가품을 판매하는 업자들이 소상공인으로 분류돼 정부에서 주는 재난지원금까지 수령했다"며 "특허청과 중기부는 사태를 면밀히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늘어난 '짝퉁 가방'…많이 팔린 건 샤넬·구찌가 아니다


"톰브라운 단돈 40만원"…불황에 판치는 'K-짝퉁'


명품 짝퉁 유통의 급증은 샤넬·루이비통·톰브라운에 열광하는 한국사회의 집단 '명품 중독'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불황과 한국사회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 그리고 2030세대의 명품 열기가 'K-짝퉁' 지하경제를 양성했다고 분석한다.

명품에 대한 광적인 열광의 그늘에서 명품은 갖고 싶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소비자를 위해 '짝퉁 경제'가 덩굴식물처럼 자랐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올해 한국에서 수입 브랜드 매출은 급성장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돈 있는 자는 백화점에서 샤넬 백을 사기 위해 오픈런(백화점 개장과 동시에 매장으로 달려가는 현상)하고, 돈 없는 자는 1/10 가격의 짝퉁 명품에서 위안을 찾는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EAR 리서치 대표)=사진/임성균 기자
홍춘욱 이코노미스트(EAR 리서치 대표)=사진/임성균 기자
◇빈부 격차 커지는데 샤넬 급등…"욕망 더 커졌다"=홍춘욱 이코노미스트(EAR리서치 대표)는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적절한 신호가 없는 사회에서 수입차나 명품은 신분을 드러내는 '신호'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몇 년 사이 샤넬·루이비통 가격이 급등하고 코로나 충격으로 경기가 악화돼 빈부격차가 확대되자 명품의 '신호로서의 의미'가 더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2008년 당시 한국에서 200만원대였던 샤넬 클래식백(미듐)은 꾸준히 가격이 올라 2020년 5월 인상으로 847만원이 됐다. 800만원대 가방을 사기 위해서 서민은 몇 달 치 월급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도 백화점에서 800만원짜리 샤넬백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누구는 돈이 넘쳐나서 샤넬을 닥치는 대로 사는데 코로나19로 당장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늘며 빈부격차는 확대됐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짝퉁 유통의 증가는 결국 코로나 불황의 한 단면"이라며 "돈이 없지만 샤넬과 에르메스로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 결국 짝퉁의 소비자가 된다"고 말한다.

그는 "경제가 성장하고 한국이 잘 살게 되면서 짝퉁 유통이 감소했는데 최근 짝퉁 유통이 늘었다는 것은 서글프지만 코로나발 불황의 그림자가 뚜렷하다는 뜻"이라며 "소득의 중위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허세와 간지, 욕망의 집단주의 문화가 만들어낸 짝퉁 경제='K-짝퉁' 유통업자들이 제조한 위조상품은 샤넬, 구찌보다는 아미, 메종 마르지엘라, 톰브라운 등 10대~30대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다.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는 최근 한국에서 명품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젊은 층으로 자산·소득에 관계없이 사치재 소비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굉장히 중시하는 집단주의 사회"라며 "명품을 소유하면 공통집단에 소속됐다는 안정감을 느끼고 명품을 소유했다는 과시욕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명품 중독'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사진=이기범 기자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사진=이기범 기자
특히 또래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중요한 1020세대는 명품 소비욕 앞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10대, 20대는 친구와의 동조의식은 크고 과시욕과 영웅 심리가 커 명품을 갖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을 경우 짝퉁이라도 소유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층의 경우 명품 가방이나 옷에 대한 과시욕이 약하고 오히려 돈 없는 척하고 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자아정체감이 뚜렷하기 때문"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자아정체감이 약하기에 명품 소비나 명품을 못 사면 짝퉁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품과 거의 동일한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이득을 봤다"는 심리도 작용한다고 부연했다. 곽 교수는 "850만원짜리 샤넬백을 50만원 주고 사면, 800만원 이득을 취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짝퉁을 찾는 수요가 늘고 공급도 확대된다"며 "모조품을 구매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인식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정은 기자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머니투데이 기업지원센터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