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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과 재정준칙, 한국의 국격[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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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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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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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 1. 1998년 4월 재정경제부 차관 정덕구는 40억 달러 규모 외국환평형기금(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다. 금리가 대략 5%대였는데 석 달 전 외채협상(1월) 금리를 7%대에 타결한 이후 금리 하향 기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정덕구는 두 가지를 성공하지 못한다면 뉴욕 허드슨강에 빠져 죽을 각오였다고 나중에 술회했다.

빅딜 성사로 한국은 외채 헤어컷(원금삭감)을 않는 대신 국내시장 저금리를 주장해 IMF(국제통화기금)에 관철시켰다. 3.5%에 570억 달러를 꿔주고 구조조정과 개방정책을 과하게 요구하던 IMF는 신인도가 올라가던 한국 정부를 더 이상 압박할 수 없었다. 당시 재경부가 만약 일주일만 더 외평채 발행을 주저했다면 대우만이 아니라 삼성이나 현대차도 사라졌을 수 있다. 일주일 후에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하면서 국제 채권시장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 2. 정반대 사례도 있다. 2007년 미국에서 베어스턴스가 사라지고, 월가에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한국에서도 다시 외환위기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듬해인 2008년 9월 초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차관보는 외평채 10억 달러를 발행해 이를 불식하겠다며 호기롭게 나섰다. 외화를 구해 위기설을 잠재우겠다며 미국에 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빈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당시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 발행을 연기했다고 했다. 하지만 사흘 후 미국시장에선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국제 정세를 간과하면 이런 촌극이 빚어질 수도 있다. 물론 신제윤은 이후 한 달 반 뒤인 10월 말 강만수 장관을 데리고 로버트 루빈 당시 씨티그룹 고문(외환위기 당시 미 재무장관)을 물고 늘어져 그 유명한 300억 달러 한미 통화 스와프를 성사시켰다. 위기를 맞았지만 반전시킨 사건이다.

# 3. 외평채는 2008년 9월에 실패한 이후 이듬해 4월 7.125%(T+437bp)에 15억 달러(10년 만기)가 발행됐다. 이자를 당초 예상보다 2% 넘게 더 주고서라도 외화를 구해야 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후 외평채 발행과 금리 수준은 한국이 경제의 기초체력을 어떻게 키워왔는지 보여준다.

우선 2017년 1월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도 유일호 부총리-송인창 차관보 팀은 외평채 발행분 금리로 2.75%(T+55bp)를 찍어 일본국제협력은행 보증(+56bp) 수준을 넘어섰다.

현 홍남기 부총리 부임 후 기재부는 지난해 6월 외평채 발행에 나서면서 조달목적으로 ESG(환경 및 사회적 책임 투자)를 제시해 빛을 봤다. 2.5%(T+55bp)라는 역대 최저금리였다. 그리고 올해(9월)는 다시 발행시장을 달러와 유로 시장으로 구분해 둘을 경쟁시켜 효과를 냈다. 달러는 1.198%(T+50bp, 10년물 6억2500만 달러), 유로는 제로금리(MS+35bp, 5년물 7억 유로)를 실현한 것이다. 특히 유로 채권은 발행시 오히려 200만 유로(약 27억원, -0.059%) 프리미엄을 받았다.

# 4. 한국은 이제 빚을 내면서도 되레 웃돈을 받는 유일한 아시아국가다. 국격이 상승한 중요 기로는 코로나19(COVID-19) 대응 과정에서 나타났다. 개방과 자정이라는 키워드를 외환위기 이후 늘 해오던 대로 실천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위기도 있었다. 대구와 광화문에서 보장된 자유가 공동체에 위해를 끼치는 수준으로 해악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전체주의 혹은 사회주의 국가가 대응하는 방식이 아닌 민주적 인내로 이를 극복해가고 있다. 우리 바깥의 사람들은 확진자 제로라는 선전보다는 공동체 보존을 위해 취하는 방역 과정을 지켜본다.

경제적 자정은 이제 재정준칙 도입으로 실현되고 있다. 이 기준의 고저를 두고 꼼수라거나 맹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기준은 지엽적인 것이고 중요한 건 부채에 대한 국가적 자정 의지다. 복지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재정건전성 부담을 조절할 브레이크의 유무다. 한국에선 논란이 거세지만 이 방향이 맞느냐에 대한 대답은 지난 주말 피치와 무디스 보고서를 보면 나와 있다.

전광훈과 재정준칙, 한국의 국격[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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