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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아직도 '약자'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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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2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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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아직도 '약자'인걸까
스포츠경기를 볼 때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없으면 대개 약팀을 응원한다. ‘관중은 언제나 약자의 편’이란 말에 대부분 공감한다. 약팀이 예상을 깨고 강팀을 제압하는 묘미를 즐긴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약자면 강자를 무너뜨렸을 때 쾌감이 배가된다.
 
그런데 늘 지기만 하는 ‘전통의 약체’를 응원하면 무력감에 빠진다. 져도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어쩌다 한번 이겨도 다음 경기결과를 걱정한다. 이기고 지는 일에 연연하지 않고 점점 멀어지려 애쓴다. 그래도 승패엔 신경이 쓰인다. 만년 꼴찌가 우승이라도 하는 기적이 일어나면 모를까 아무튼 팀을 바꾸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팬으로 지낸다.
 
그런데 요즘 정치·경제·사회지형도를 보면 어느 팀이 약자고 강자인지 헷갈린다. 응원할 팀이 마땅치 않다. 힘이 있는데, 많은 걸 가졌는데 아직도 약자라고 생각한다. 맘에 들지 않는 뉴스편집에 대기업 관계자를 “(국회로)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말할 권력과 힘을 가졌는데 피해에 대한 항의 내지는 호소라고 한다.
 
야당이 반대해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는데 여전히 피해의식이 엿보인다. 강력한 힘을 가진 야당에, 보수 언론권력에 번번이 발목이 잡힌다고 하소연한다. 재벌은 권력을 무서워하는데 정작 재벌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적폐세력이 얽히고설켜 있다며 불편해한다. 힘 있는 대기업과 총수 일족의 전횡이 중소기업, 노동자, 고객, 더 나아가 우리 경제를 지배해 감시의 눈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누가 봐도 굉장히 힘이 센 데도 그 힘이 버거운 건지 힘들고 어려워하는 느낌이다. 공정을 유달리 강조하는데 불공정이 느껴지고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한 야권은 약자인데도 여전히 강자의 냄새가 난다. 골퍼들 사이에선 여권이 골프공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리면 야권은 OB(아웃오브바운즈)를 낸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약자로 생각해야 하는 팀은 강자 행세를 하고 강자는 스스로 약팀으로 규정한다.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변수’를 만나 큰 위기에 빠졌다. 내년 사업계획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왔는데 당장 연말까지 어찌 될지 모르는 판이라 말 그대로 컨틴전시플랜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여당의 ‘기업규제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추진에 초비상이 걸렸다.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과도한 규제란 찬반논란 속에 내부에선 “입법독재”란 성토까지 나온다. 하지만 경제단체를 통한 ‘단체’ 항의나 호소 외에 대놓고 반발하지는 못한다. 규제입법의 타당성을 떠나 “꼭 지금이어야 하느냐”는 하소연도 줄을 잇지만 찍히면 피곤해질 게 뻔해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의견수렴을 하면 ‘수렴’되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냥 ‘반사’되는 탓에 무력해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위기상황이니까 법 개정을, 개혁하지 않거나 미루자는 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재계나 관료, 정치인을 넘어 일반 국민들까지도 위기라고 하니 그렇게 따지면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강력한 힘을 언제 어떻게 쓰는 게 효율적인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 여전히 ‘전통의 강호’에 밀려 있는 약팀이란 착시에서 빠져나와야 힘을 뺄 수 있다. 그리 공정을 외쳐도 ‘분식(粉飾)공정’이란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도 바로 그 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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