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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상법개정안의 이중대표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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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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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3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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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상법개정안의 이중대표소송
주식회사 경영자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회사가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경영자가 자신을 제소하지 않기 때문에 주주가 대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주대표소송이다. 그런데 회사 경영자가 자회사를 만들어 그 경영자에게 불법을 행하게 하고 결국 회사가 간접 손해를 입게 되더라도 주주가 소송을 할 수는 없다. 주주는 모회사 주주이지 자회사 주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회사의 소수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에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2003년 서울고등법원은 그를 허용했다. 모두 깜짝 놀랐다. 법원은 “이중대표소송을 허용하지 않으면 지배회사 및 종속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모두 지배하고 있는 경영진이 종속회사를 통하여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2004년 대법원은 법인 주주의 주주는 회사의 주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간단하게 고법 판결을 파기했다. 그러자 참여연대가 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입법 운동을 개시하면서 회사기회 편취 금지와 이중대표소송제도를 선정했다. 이제 거의 20년이 지났는데 다시 상법개정안에 그 내용이 포함되어 국회에 올라와 있다.
 
상법에 이중대표소송이 도입되어도 널리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주주대표소송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1997~2017년 사이에 137건이 제기되었다. 승소해도 주주가 아닌 ‘회사’가 손해배상을 받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주들의 소송은 많지 않다. 이 숫자를 남소 우려가 없다는 근거로 들지만 기업들은 한두 건이라도 실질적 주주 아닌 시민단체 주주가 제기하는 소송을 염려한다. 이중대표소송은 승소하면 자회사가 손해배상을 받고 주주는 모회사에 간접적으로 귀속되는 경제적 이익을 다시 간접적으로 다른 주주들과 공유한다. 더더욱 유인이 없다.
 
미국 법원은 오래 전부터 이중대표소송을 허용하면서도 엄격한 요건을 부과한다. 이중대표소송은 법인격을 부인하는 것이므로 자회사가 사기적 목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회사법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사건이 있다. 1958년 왈콥스키사건이다. 왈콥스키는 뉴욕 시내를 걷다가 노란 택시에 치여 입원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택시회사 사장이 찾아와 회사 재산을 다 처분해서라도 치료비를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름 다행으로 알고 왈콥스키가 완쾌 후 퇴원하려하자 병원에서 치료비를 청구했다. 사장이 낸 돈이 모자랐던 것이다. 사장은 약속대로 회사 재산 전부를 팔아 치료비로 냈는데 문제는 택시 두 대가 회사 재산의 전부였다.
 
화가 난 왈콥스키가 조사해 보니 사장은 택시 두 대씩으로 모두 열 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왈콥스키는 법인격은 무늬만이니 주주인 사장이 개인적으로 책임지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미안하지만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다. 법인격의 무시는 법인이 사기적인 목적으로 악용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이유다. 당시 뉴욕에는 6816대의 택시가 2120개 회사 소유였다. 사업상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다.
 
대법원도 신의성실 원칙 위반과 법인격 남용으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법인격을 부인한다. 준법경영 시대인 지금 재벌그룹 계열사가 그에 해당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가능성은 낮고 효익도 없을 제도로 상법이 법인격 존중이라는 대원칙을 부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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