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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핀셋 증세·핀셋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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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4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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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시작은 재정 확대와 증세였다. 정부 출범과 함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로 보낼 만큼 속도를 냈지만 내용은 밋밋했다.

추경 편성 등 재정 확대가 이미 대선 과정에서 예고된 터여서 반응도 뜨겁지 않았다. 11조원의 추경 규모도 별로였다.

세계잉여금 잔액 1조 1000억원과 국세 예상 증가분 8조 8000억원을 감안하면 ‘확장’보다 '균형'이었다. 기조 변화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인 김동연이 찍힌(?) 것도 이 부분이다. 여당은 과감한 재정 확대를 바랐는데 김동연의 예산안은 이를 교묘히 피했다. 첫 해뿐 아니라 그 다음해도 그랬다. 숫자상 확장인 듯 보였지만 사실상 긴축이었다고 여권 인사들은 진단했다. 일부 인사는 김동연의 의도까지 의심했을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증세 관련이다. 정부 출범 후 두 달만에 꺼낸 반짝 카드였다. 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를 꺼낼 것으로 예상한 이는 드물었기에 더 드라마틱했다.

추경으로 정신없던 정부 대신, 여당이 직접 나섰다. 당시 집권여당 대표 추미애가 이틀 일정의 회의 첫날 운을 뗐다.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방안 제시였다.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이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겐 증세가 전혀없다.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라며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 측근으로 불린 김경수 의원(경남지사)은 “문재인 정부 증세, 이름을 지어주세요”라며 프레임 지원에 나섰다.


#‘핀셋 증세’는 이렇게 등장했다. ‘부자 증세’보다 대상을 좁힌다. 증세 대상을 ‘슈퍼 부자’로 정의하다보니 일반 국민은 증세와 무관하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조세 저항은 크지 않았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아주 조용히 인상했다. 오히려 ‘재정 확대+재원 마련+소득재분배’의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흥분했다.

그러면서 ‘핀셋’의 맛에 빠졌다. ‘핀셋’이 일시적 도구라는 것을 깜빡했다. ‘슈퍼 부자’를 대상으로 했기에 ‘핀셋’이 필요했던 것인데 점점 ‘핀셋’ 쓸 곳을 찾는데 골몰했다. 그렇게 증세는 확장됐다. 때론 의도적으로, 때론 의도치않게, 핀셋을 들이댔다.

# 대표적 예가 공시지가 정상화다. 10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과표가 시세의 절반도 안 되는 것은 그 자체로 비정상이다. 단독 주택 등과 비교해도 형평성상 문제가 있다.

이를 현실화하는 것은 합리적, 상식적 노력이다. 비판할 게 없다. 하지만 정상화의 부수 결과물이 증세인 것을 모른 척 한 것은 잘못이다. (일부는 진짜 몰랐다).

유관기관 등 정부 외곽에서 증세 우려를 전달했지만 반영되지 못했다. (일부는 애써 외면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세금 인상은 감내할 부분이지만 과표 현실화에 따른 증세는 핀셋 대상의 꼼수 확대다.

증세 목적이 아니었다면 최소한의 세율 조정 노력을 했어야 한다. 정부가 그토록 애정하는 ‘세수 중립성’을, 이럴 땐 철저히 숨긴다.

#정부는 세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원칙’과 ‘세수 중립성’을 내세워 잘 버무린다. 논란이 됐던 주식 양도세엔 ‘모든 소득에 세금을…’이란 원칙을 내민다.

주식 거래세엔 '세수 중립성'을 붙인다. 양도세가 들어오는 만큼 거래세를 줄이겠다며 피한다. 손에는 핀셋을 든 채.

세제는 그렇게 꼬인다. 당장 2023년부터 부과하는 주식양도세의 경우 양도차익 5000만원까지 면제다. 핀셋 대상을 그렇게 정했다. '슈퍼 주식 부자' 기준이다.

개미의 승리처럼 비쳐지지만 핀셋 대상의 확장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 과정에서 또 소모적·비생산적 논쟁과 시장의 왜곡을 감내해야 한다.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현재다.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주식 보유 기준 조정(10억원→3억원)이 중요한 게 아니다.

핀셋의 유혹 속 핀셋 대상을 조금씩 넓혀가면 된다는 핀셋 꼼수가 문제다. 핀셋 증세가 포크레인 증세로 변질되고 있는 지금, 핀셋의 존재 이유부터 돌아보는 게 어떨지.
[광화문]핀셋 증세·핀셋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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