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죽덮죽' 레시피 표절해도 처벌은 힘들다?

덮죽집 사장 최모씨 sns

이른바 '덮죽덮죽 사건'으로 레시피 도용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소규모 식당의 레시피를 모방해 상업화시킬 경우 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상표권 등록이 없으면 현행법상 레시피 도용을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전문가들은 상표권 등록을 통해 스스로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표권 등록 안하면 권리 인정받기 힘들어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 덮죽집이 권리를 주장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것은 상표권을 출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표권이란 생산자 또는 상인이 해당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해 등록함으로써 부여받는 전용권을 말한다.

덮죽집이 상표권을 등록한 상황이었다면 상표권 도용 등으로 덮죽덮죽에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쉽지 않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레시피를 도용한 덮죽덮죽 측은 프랜차이즈 업체를 출범시키면서 덮죽덮죽이라는 상표에 대해 출원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덮죽덮죽이 그대로 운영을 계속했으면 상표권 다툼으로 원조 덮죽집이 문을 닫았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레시피는 특허 등록 어려워레시피의 경우 특허 등록이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레시피를 특허로 등록하기 위해선 조리 방법과 재료 등을 공개해야 하는데, 공개된 정보로 수많은 유사 업체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로 등록된 레시피에 재료를 추가하거나 빼는 식으로 조리해 새로운 음식이라고 주장한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레시피는 워낙 많은 변형이 가능해 특허 등록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나 상표의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식당을 하기 전 상표권 등록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해당 업체가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법적으로 구제받긴 힘들다"고 말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도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식업을 하려면 개업 전에 상표 출원을 검토하는 게 안전하다"며 "영업을 잘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타나 간판을 내리든지 아니면 상표 사용료를 내라는 통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는 "외식업계에 '상표 사냥꾼'이 존재한다고 들었다. 방송을 보다가 이거 터지겠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출원을 한다"면서 "장기간 사용해 크게 유명한 상호가 아니면 먼저 출원한 사람이 권리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형사처벌은 불가능...손해액 산정 어려워 손해배상청구도 힘들듯법조계에서는 덮죽덮죽 측에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도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레시피 도용이 도의적으로 문제가 크지만 법적으로 범죄로 간주할만한 규정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레시피를 영업비밀로 분류하더라도 현행법상 영업비밀 관련 누설 금지 규정은 가맹사업체에만 적용된다. 가맹사업자가 본사 레시피를 빼돌려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만 금지하고 있다.

업무방해죄 성립도 어렵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덮죽덮죽 측이 기존 덮죽집을 상대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력을 행사해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레시피를 가져다가 가게를 차린 것을 업무방해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특히 덮죽덮죽 측이 가게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기존 덮죽 메뉴를 연구진이 수개월의 연구를 통해 자체 메뉴로 개발했다'고 하는 등 기존 레시피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어 레시피를 몰래 따라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안타깝게도 이번 사건에서 형사처벌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은 지금으로선 없어 보인다"면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밖에는 보상받을 길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시피 도용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또한 쉽지 않다.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선 손해액을 산정해야 하는데, 레시피 도용으로 현재까지 발생한 손해액에 앞으로 발생할 손해액까지 계산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