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협박' 최종범, 불법촬영은 3번 재판 모두 "무죄"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가수 고(故) 구하라씨를 생전에 폭행하고 사생활 동영상으로 협박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 남자친구 최종범이 지난 7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는 상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사진= 뉴스1

가수 고(故)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사생활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빌미로 구씨를 협박한 최종범씨(29)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이로써 재판에서 쟁점이 됐던 '불법촬영' 혐의도 결국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5일 상해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된 최씨의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는 2018년 9월 구씨를 폭행하고 구씨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빌미로 구씨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 소속사 대표와 지인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며 굴욕적 행동을 구씨에게 강요한 혐의도 있다.

더불어 최씨로부터 압수한 전자기기에서 구씨 동의 없이 찍은 사진이 나온 것을 근거로 최씨에게 성폭력처벌법(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위반 혐의와 함께 구씨 집 문짝을 파손한 혐의(재물손괴)도 적용됐다.

1심은 "최씨는 구씨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구씨를 폭행해 상해를 입히고, 언론에 성관계 동영상을 제보해 연예인 생명을 끊겠다고 협박하는 등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행을 저질렀다"며 최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구씨 의사에 반해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도 불법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진을 촬영한 당시 상황, 구씨의 의사를 추론할 만한 사진촬영 시점 전후 최씨와 구씨의 행동을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구씨 의사에 반해 촬영됐다는 점이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1심이 선고한 집행유예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최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대법원도 불법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두 사람이 서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동일하게 설정한 점과 구씨도 최씨의 신체를 유사한 정도로 촬영한 점을 무죄 판단 이유로 제시했다. 특히, 성관계 동영상은 삭제됐지만 사건에 제시된 사진은 남겨둔 점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최씨와 구씨는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동일하게 설정해 자유롭게 서로의 휴대전화를 검색하고 필요한 경우 사진 등을 삭제하기도 했다"며 "구씨는 최씨와 함께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은 삭제했으면서도 이 사건 사진은 남겨뒀고 구씨도 최씨와 유사한 정도의 사진을 촬영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