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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융합인재' 육성과 기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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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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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9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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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융합인재' 육성과 기본기
최근 미국 애플이 ‘아이폰12’ 출시를 발표했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후 13년이 흘렀고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아이폰의 등장은 개별 기기를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융합’ 열풍을 우리 사회에 가져왔다. 대학들은 융합과정을 개설하고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광고를 앞다투어 내세웠다. 많은 정부 예산이 융합과정 육성과 활성화에 투입되었다. 그렇지만 그 결과는 모호하며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단순히 한 곳에 모아놓으면 새로운 게 등장할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에 있다.
 
개인적으로 오래전 ‘통합적 교양학원’이라는 개념의 색다른 학원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발레’라면 발레 동작을 배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레의 등장과 발전과정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프랑스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문화사를, 발레 동작에서 회전과 원심력과 같은 물리의 원리를, 공연장에서 공연 에티켓을 배우면서 동시에 근대유럽에서 부르주아 계급의 부상과 자본주의의 대두를 가르치는 개념이었다. 지도 한 장을 걸어놓고 지중해와 대항해 시대의 역사를 가르치면서 나침반과 편서풍 그리고 해류를 통해 지구과학을 설명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육분의, 작도법, 시간과 속도, 거리 개념을 통해 수학을 배우고 가르친다면 재미없는 문제를 푸는 것 보다 훨씬 흥미롭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깨뜨린 것은 “누가 가르치느냐”는 친구의 한마디였다. 결국 문제는 이 과정을 이끌어줄 인력의 부재인 것이다.
 
한 분야를 꾸준히 파고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들을 만나고 그 지점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이면 새로운 영역을 접한다. 이러한 경험을 반복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가지게 되고, 이를 통해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해결을 위해 여러 분야의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융합의 본질이다. 이런 접근을 하려면 제일 중요한 것은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지식을 보유하고 각 분야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점이라 할 수 있다. 특정 분야에 벽을 쌓고 차별화에 골몰하는 분위기에서 융합은 불가능하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융합과정을 신설하는데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위험한 접근으로 보인다. 학부과정에는 무엇보다 학문을 접하는 성실한 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와 지식에 대한 확실한 정립, 활용해야 하는 방법론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 필수 스킬에 대한 숙달이다. 이를 통해 어느 분야에 데려다놓아도 빠르게 적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고체계와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학부과정의 근본 목표가 되어야 한다. 우리 대학의 한계는 이러한 기본기를 갖춰주지 못하는 데 있다.
 
기본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유로운 전공과정의 구성, 특정 교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는 전공 등은 모두 사상누각일 따름이다. 융합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른 이들에게 융합적 사고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일 따름이다. 2020년 우리 대학에 필요한 것은 어설픈 융합 시도가 아닌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인력의 양성이다. 융합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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