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펀드정국' 여야의 속셈은…"공수처 기회"vs"안돼도 특검"

권성동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권력형 비리게이트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라임과 옵티머스 권력형 비리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라임·옵티머스' 사건 수사를 두고 여야의 해법이 갈라졌다. 정·관계 연루설로 검찰 수사에 대한 여론의 불신이 커진 가운데 라임 사건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이른바 '옥중서신'으로 검사 로비 사실을 폭로하면서, 검찰의 틀을 벗어난 특별 수사의 필요성은 양측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사건으로 하자"고, 국민의힘은 "특검 외 대안이 없다"며 저마다의 대안을 제시했다. 양측이 각각 공수처와 특검을 고집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특검 고집하는 국민의힘 '되면 좋고, 안 돼도 괜찮아'국민의힘은 공수처장의 최종 임명권을 대통령이 갖는 공수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개입하는 검찰 수사는 신뢰할 수 없는 만큼,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9일 "가장 객관적이고 말끔하게 처리하기 위해 특검을 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특검법 제출 계획을 공개했고.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입장문에서 "특검에 의한 재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동조했다.

특검법안이 제출된다 해도 실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180석을 차지한 거대여당의 동의가 특검법 통과의 필요조건인데, 설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야당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열린민주당은 친여성향이고,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라임·옵티머스 사건) 검사 연루 의혹이야말로 공수처 출범을 미룰 수 없는 강력한 이유"라고 논평했다.

더욱이 야당 인사가 김 전 회장의 폭로 서신에 다수 등장한 만큼, 특검 도입 후 수사 결과가 여야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를 일이다. 서신에는 김 전 회장의 로비 대상자 중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측근 정치인'이라는 문구마저 등장했다.


다만 국민의힘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적잖은 성과를 누릴 수 있다는 평가다. 공수처가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일부에선 '친여당 기구'처럼 평가받는 만큼, 특검 주장이 좀 더 중립적인 수사를 요구하는 합리적 주장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당이 특검을 거부하면 거부하는 대로 '여당이 진실규명을 외면한다'는 여론전의 소재로 삼을 수도 있다. 특검 도입을 구실로 여당의 공수처 출범 협조 요구를 지연하는 효과는 덤이다.
"옥중서신, 공작수사 증거"…공수처 도입 기회라는 민주당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 "우리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가동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사진=뉴스1

민주당은 현재까지 야당의 특검 공세를 일축하고 있다. 대규모 수사팀이 꾸려진 만큼,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할 경우 법무부 안팎에서 언급된 특임검사·특별수사본부 등 새로운 수사팀은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분위기다.

더욱이 특검은 여권으로선 정치적인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피해야 할 선택지다. 일러도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특검이 출범한다면, 상반기 내내 또는 하반기까지 수사의 여파가 이어지게 되는 만큼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는 물론 현 정권 말기 '레임덕'과 내후년 봄 대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민주당은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공수처 도입을 밀어붙일 절호의 기회로 이용해 "이번 사건을 공수처 수사대상 1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년 12월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국민의힘 측 반대 속에 차일피일 출범이 미뤄진 만큼, 이번에야말로 밀어붙일 합리적인 이유를 찾은 셈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9일 "공수처 설치와 가동을 서두르겠다"고 밝히며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공수처 출범을 서두르겠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지난 18일 "공수처 수사대상 1호로 김봉현 폭로사건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일리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