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재보험 도입, 망설이는 보험업계…'왜?'

보험회사가 역마진 부담이 커진 고금리 보험계약을 재보험회사에 넘길 수 있도록 한 공동재보험 제도가 올해 처음으로 도입됐지만 업계 반응이 미지근하다. 초저금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이 공동재보험 가입을 망설이는 게 역설적이게도 ‘초저금리 시대의 장기화’ 예상 때문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ABL생명, 오렌지라이프 등이 공동재보험 계약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ABL생명 관계자는 “공동재보험 계약 체결을 전제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시기와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생명보험사들과 일부 손해보험사들 중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사들이 역마진 부담에 시달리는 까닭은 저금리여서다. 그런데 공동재보험에 시큰둥한 것도 저금리가 이유다.

국내 보험사들은 주로 채권에 투자해 자산운용을 하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지면 수익률도 함께 내려간다. 특히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이나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제공하는 상품은 계속 높은 금리를 적용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자산운용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역마진 현상이 심화한다.

문제는 현재 금리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 상태라 공동재보험에 가입하는 게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는 지난 5월 이후 현재까지 5개월째 0.5%로 동결된 상태고 내년에도 상당 기간 현재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금리에서 웃돈을 주고 재보험사에 고금리 계약을 넘기는 것은 부채를 줄이는 데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과 비교해도 실익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이 늦춰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인 킥스의 (KIC-S) 도입은 당초 내년으로 예정됐다가 2023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보험사들은 회계제도 변경에 대비해 공동재보험에 계약을 넘겼다가 자칫 현재의 RBC(보험금지급여력) 비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 도입까지 물리적으로 시간이 생겼기 때문에 일단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공동재보험에 가입할 경우 현재의 재무건전성과 제도 변경 후 건전성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더 신중하게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보험사들도 적극적인 영업을 하긴 쉽지 않다. 단순히 고금리 계약을 기준으로 금리만 따져 보험료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계약에 대한 가치평가 등을 모두 포함해야 하는 작업이라 가격 산정부터가 난해하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영향 검토를 하고 있다”며 “향후 계약 체결 여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