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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화장실은 왜 항상 문을 열어 둘까[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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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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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1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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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고등법원 2층 민원실 쪽 남자화장실 문이 활짝 열려 있다.(왼쪽), 쇠줄로 남자화장실문을 고정시켜 닫지 못하게 해 뒀다.(오른쪽) /사진=유동주 기자
서울고등법원 2층 민원실 쪽 남자화장실 문이 활짝 열려 있다.(왼쪽), 쇠줄로 남자화장실문을 고정시켜 닫지 못하게 해 뒀다.(오른쪽) /사진=유동주 기자
남자화장실은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경우가 많다. 쇠줄을 걸어 닫을 수 없게 열어 둔 곳도 있다.

남자 소변기는 오픈형이라 문이 열려 있으면 밖에서 은밀한 신체부위를 우연히라도 볼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 여자화장실은 두 번의 문을 통과해야 변기가 있다. 그런데 남자들은 열린 문을 통해 보일 수 있는 노출된 상태에서 소변을 봐야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이 ‘노출증’ 환자들이어서일까.

여자들의 오해도 깊다. 칠칠치 못한 남자들이 화장실 문을 열어 둔다고 착각하는 여자들이 적지 않다.

오해 마시라. 화장실 이용하는 남자들이 문을 열어 두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명확한 답을 얻을 순 없었지만 문을 열어 두는 건 대개 청소를 담당한 분이거나 시설관리자들이란 건 알 수 있었다. “남자화장실은 원래 열어 두는 거”라며 이유를 대지 않고 현상을 말한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 중 일부는 ‘환기’를 이유로 댔다.

그렇다면 여자화장실은 환기가 필요 없을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여자화장실은 항상 닫아 둬야 하고, 남자화장실은 열어 둬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우리의 ‘무의식’에 담긴 ‘성차별적 사고’가 남자화장실 문을 열어 두는 것을 용인하고 있는 셈이다. 열린 남자 화장실 문을 통해 양 성이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 알 수 있다. 활짝 열린 남자화장실은 ‘성 이슈에서의 남자의 태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보여준다. 남자는 ‘가해자’, 여자는 ‘피해자’란 고정된 성 관념도 열린 남자화장실 문처럼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라는 꽤 새로운 ’법언‘이 통하고 있다. 유명 언론인 입에서 나온 이 놀라온 ’법언‘은 ‘무죄추정’이라는 헌법에 명시된 형사법의 대원칙을 이미 훼손시켰다. ’피해자 중심주의‘가 강조되면서 ’증거재판주의‘라는 근대 형법의 근간도 허물어지고 있다. ’증거‘도 없이 유죄를 선고하는 간 큰 판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겁 없는‘ 하급심 판결들은 항소·상고를 거치며 파기됐다. 하지만 지금은 최후의 보루여야 할 대법원조차 그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억울하다‘며 유무죄를 다퉈보자는 ’남자‘의 목소리엔 ’2차 가해‘란 딱지가 붙는다. ’2차 가해‘는 법률용어가 아니다. 로스쿨이나 법대에서 가르치던 개념도 아니다. 아직 제대로 정립돼 있지도 않다. 2018년 12월 제정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2차 피해‘란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범위를 너무 넓게 설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2차 가해‘는 논쟁적 개념이다.

’2차 가해‘라는 주장으로 법적 논쟁을 회피하고 우위에 서려는 시도는 공정하지 않다. ’2차 가해‘운운은 주장이지만,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다. 발언권을 봉쇄하는 방법으로 ’2차 가해‘ 딱지는 꽤 잘 먹힌다. 지난해 ’유죄‘로 결론 난 대형 성스캔들 사건에서도 피해자 대리인단의 ’2차 가해‘ 주장에 피고인 측이 유리한 정황증거 혹은 피해자에게 불리한 사정을 재판에 내놓지 못했다.

퓰리처상을 받은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모티브가 된 1931년 '스코츠버러 사건'은 피해 주장 여성의 말을 무조건 진실이라고 믿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 백인 여성 2명이 화물열차에서 흑인 소년 9명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거짓말하면서 흑인 소년 8명이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사건이다. 백인 여성 2명은 자신들의 성매매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옆에 있던 흑인 소년들을 고소했다.

법치국가에선 ’법‘에 정해 놓은 데로만 형벌이 이뤄져야 한다. ’무고‘일지 ’착각‘일지 모를 상황을 모두 ’범죄‘로 몰아가면 다음 억울한 처벌은 당신 차례가 될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얻은 진리는 ’이성‘의 지혜가 담긴 ’법치‘가 당신을 지켜준다는 것이다. ’감정‘에 휩쓸린 처벌이 방치된다면 당신도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남자 화장실은 왜 항상 문을 열어 둘까[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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