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집, 위안부 할머니 신상 공개하고 "버릇 나빠져" 막말까지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 운영진들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시설 원장 등에게 피해자 인권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나눔의집은 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과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노인양로시설이다. 그러나 수십억원 후원금 중 일부만을 피해자에게 지급했다거나 할머니들을 홀대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신상공개는 인권침해…조치 취해야"

/사진=뉴스1

인권위는 20일 "나눔의집 측은 신상 공개를 원치 않는 군'위안부' 피해자의 신상을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등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법인 이사장에게 해당 시설에 대해 기관 경고를 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이와 함께 △법인 이사장과 시설 원장이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유족과 협의해 조치할 것 △나눔의집 전임 운영진들이 인권위가 주관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시설 관계자인 A씨는 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시설로부터 당한 인권 침해에 관해 조사해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비공개 의사를 표한 할머니의 신상공개 △증축공사 시 동의 없는 물건 이동 △경복궁 관람 요청 거부 △부당한 언행 △부적절한 의료조치와 식사제공 △할머니들 간 폭력 문제 방치 △후원금 사용 관련 부당한 처우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증거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나눔의집 직원, 간병인, 이곳 근무 이력이 있는 사회복무요원과 자원봉사자, 유가족의 진술을 청취해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현장 조사와 면담, 사진·녹음 기록 확인도 실시했다.

인권위는 "확인 결과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시설 측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한 점이 인정된다"며 "시설 측이 충분한 안내 없이 시설 증축 공사에 나선 탓에 피해자들의 개인 물품이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그만 둔 전임 운영진들이 피해자들을 지칭하며 '버릇이 나빠진다'와 같은 부당한 언행을 한 점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피해자들이 특수한 각자의 계기로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공익적인 행위"라면서도 "본인의 경험이 알려질 경우 개인과 가족들에게 미칠 피해를 염려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기를 원한다면 그 개인정보는 보호 대상이며 보호 여부는 자기결정권·인격권·명예권과도 관련되는 사항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시설 공사 당시 아무 설명 없이 피해자들 물건이 옮겨졌는데 부득이한 사유가 없이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보여진다"며 "피해자에게 호의를 베푸는 직원이나 봉사자에게 '버릇이 나빠진다'고 한 운영진의 발언은 충분히 모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첨언했다.

인권위는 '후원금 사용 관련 부당한 처우 발생'에 관한 진정에 대해서는 수사 기관이 같은 사항을 수사중이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나머지 진정 사항은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인정할만한 사유가 없거나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각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