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노년, 고령층 "돈 안쓰고 모은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소득이 줄어든 고령층이 오히려 저축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도시 가구는 40대 가구의 저축률이 가장 낮고, 50대와 60세 이상 고령층 가구의 저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60대 이상 고령층 가구의 저축률은 1990년대만 해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다가 2004년 전후부터 타 연령대 대비 상승하기 시작해서 2010년대에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늘어났다. 2016년에는 33%까지 증가했다.

반면 40대 가구의 저축률은 2000년대 들어 타 연령대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장 높은 소비지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0대 가구의 높은 교육비 부담이 연령별 저축률 차이를 왜곡하는 현상을 감안하기 위해 ‘교육비 보정 저축률’을 산출해도 50대･60세 이상 가구의 저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40대 이후 고령으로 갈수록 저축률을 상승시키는 현상은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다수의 세대에서 동시에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악화된 노후소득 여건으로는 대표적으로 금리 하락을 들 수 있는데 일정한 노후소득 확보를 위해 필요한 자산의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노후에도 저축을 우선하는 현상이 심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기준으로 금리는 1990년 16.48%, 1998년 15.10%에서 2019년에는 2.02%까지 하락하면서 이자소득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이 위원은 "금융투자상품이나 부동산 임대의 경우 시장과 제도 리스크가 커서 대체소득원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대수명의 증가도 필요 노후자산의 규모를 확대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층 저축률 상승 현상이 노후에 예상되는 경제 여건에 대한 불안에 기인한 것이라면 보험산업은 즉시연금이나 노인건강보험과 같이 고령에 가입하는 노후위험 대비 상품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