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사망' 벌써 11명째…제조사 모두 다르다

/사진=뉴스1

대전과 경북 안동에서 각각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70대 여성 2명이 숨졌다. 이로써 국내에서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사고가 총 11건,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 1건으로 집계됐다.


보건당국은 이들이 각각 다른 회사의 제품을 맞았고, 동일제조번호 백신을 맞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상 반응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백신과 사망 간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며칠 새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자 곳곳에서는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대전에서 숨진 A씨는 기저질환이 없었다. A씨는 22일 오전 유성구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백신을 접종한 뒤 오후부터 구토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는 이튿날 의식을 잃었고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또 다른 추가 사망자 B씨는 지난 21일 오후 3시쯤 안동 시내 병원에서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했다. 이후 그는 집에 혼자 머물던 중 쓰려졌고, 뒤늦게 귀가한 가족들에 의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119구조대는 B씨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날 오후 6시50분쯤 결국 숨을 거뒀다. 그는 당뇨와 부정맥 등 기저질환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한 이들은 80대 2명, 70대 4명, 60대 1명, 50대 1명, 10대 1명 등이다. 성별로는 남성 5명, 여성 4명이다. 지역별로는 인천·대전·대구·제주·서울·경기·경북 등에서 발생했다. 사망자 11명 중 2명은 유가족 요청으로 지역, 성별, 접종일, 사망일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사망자 중 2명은 백신 접종 부작용인 급성 과민반응(아나필락시스)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방역 당국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 등을 진행 중이다.

아나필락시스는 항원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염증 세포 표면과 결합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염증 매개 화학물질이 분비되면서 급성 호흡 곤란, 혈압 감소, 쇼크 등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사망자들이 접종받은 백신 종류와 제조번호는 모두 다르다.

백신의 품명과 제조번호는 보령플루VIII테트라(A14720007, 13-18세용), 보령플루VIII테트라(A14720016, 어르신용),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Q60220039), 코박스인플루4가(PT200801, 어르신용), 플루플러스테트라(YFTP20005,어르신용), 지씨플루코드리밸런트(Q60220030, 어르신용), SK바이오스카이셀플루4가(Q022028, 비대상유료), SK바이오스카이셀플루4가(QH22002, 어르신용), 보령플루V테트라(A16820012, 어르신용), 한국백신 코박스인플루4가PF주(PT200802) 등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2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인플루엔자 백신접종 및 이상반응 신고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질병청) 청장은 21일 독감 백신 현황 관련 브리핑에서 "한 회사 제품이나 제조번호로 모두 사망했거나 한 의료기관에서 사망자가 많았다면 백신이나 보관, 접종문제를 의심해야 한다"며 "하지만 사망으로 신고된 분들이 맞은 백신 종류와 지역이 다르다. 어느 정도 (백신과 보관 문제를) 배제할 수 있는 근거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일날짜에 같은 의료기관에서 동일 백신 제조번호로 접종받은 접종자에 대해 이상 반응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3년간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평균 2건인 것이 비교하면 올해 사망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25건이다. 연도별로는 △2009년 8명 △2010년 1명 △2011년 1명 △2012년 0명 △2013년 1명 △2014년 5명 △2015년 3명 △2016년 0명 △2017년 2명 △2018년 2명 △2019년 2명이다.

사망 외에도 올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은 총 431건이 신고됐다. 유료 접종자 154건, 무료접종자 277건이다. 상온 노출 및 백색 입자 관련 수거·회수 대상 백신 접종 이상 반응 사례 신고는 84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