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람 중심의 콘텐츠 뉴딜 이끌어야

이양환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장

코로나19(COVID-19)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콘텐츠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영화와 음악, 공연 등 콘텐츠 소비가 대면으로 이뤄지는 분야는 커다란 타격을 입고 생존을 위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게임과 웹툰, 음악, 영상 스트리밍 등 비대면(언택트·Untact) 기반 콘텐츠 소비는 오히려 늘어 희비가 엇갈린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 결과 콘텐츠산업의 제작 감소와 유통 부진, 그리고 고용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의 영향이 오래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이전의 시대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국가의 산업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이 닥치자 정부는 지난 7월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그리고 사회안전망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디지털 뉴딜의 목적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변동을 긍정적 흐름으로 바꿔 산업구조 자체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특히 데이터와 네트워크,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국가 산업구조의 틀을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화가 어느정도 진행돼 온 콘텐츠산업이 코로나19 상황을 이용해 디지털 혁신 시기를 앞당겨 한 단계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뉴딜 비대면 콘텐츠산업 성장전략'은 디지털 뉴딜의 연장선에서 콘텐츠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전략으로 제시됐다. △온라인·비대면 콘텐츠의 서비스와 확대 △데이터·AI, 실감 기술 기반 고부가가치 콘텐츠 개발 △우리 IP(지식재산권)의 세계 경쟁력 강화가 주요 정책방향이다.

사실 콘텐츠산업은 소비의 영역에서 보면 일부를 제외하고 비대면이 기본이다. 제작환경은 소비와 달라 대면 환경에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마저도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가상 제작(virtual production)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정책의 변화가 콘텐츠산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위기가 기회로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산업이 집중해야 할 대상을 다름 아닌 사람이다. 큰 틀은 제시됐고, 기술 기반 하드웨어는 빠르게 진보하고 있으며 콘텐츠산업은 적응을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바로 사람인 것이다. 코로나19가 앞당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상상력과 창의력의 시대이고, 결국 시대에 적합한 인재가 산업과 경제발전을 이끌기 때문이다.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창조계층(creative class)의 등장을 예견한 미국의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창조성이 산업과 경제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갖춰야 할 요건으로 세 가지 'T'를 들었는데, 이 중 두 가지가 바로 기술(Technology)과 인재(Talent)다. 새로운 정부정책 방향은 기술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고 콘텐츠산업계는 사람에 관심을 두고 있으니 시작이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더 남은 것은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정책방향 발표 시 소외계층 보호와 디지털 격차 해소 등 포용적 혁신 관점의 전략을 추진하겠단 의지를 표명했다. 혁신은 필연적으로 '지각 수용자(Laggards)'를 낳는다. 바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s)'의 대척점에 있는 이들이다. 혁신의 과정에서 이를 접촉할 기회가 없거나 있어도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위한 정책과 지원이 뒤따라야 정부의 야심찬 정책이 완성될 수 있다. 소수자에 대한 포용이 결국 다양성을 활성화시켜 인재를 모으고, 기술을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기술과 인재에 이은 마지막 T는 바로 포용의 다른 말인 관용(Toleranc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