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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물량 떨어진 단가…택배기사는 노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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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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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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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기획]택배死, 더 이상 안된다②

늘어난 물량 떨어진 단가…택배기사는 노예였다
최근 8년 동안 택배 물량은 2배로 늘었지만 택배기사의 처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물량은 늘었지만 택배단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늘어난 물량, 떨어진 단가, 열악한 택배기사의 처우는 택배산업의 근간을 흔든다.

여기에 도를 넘은 갑질이 택배기사들을 고통과 죽음으로 내몬다. 현장에서는 업무량 축소와 갑질의 중심이 된 대리점 체제에 대한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택배 단가의 정상화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10년 사이 물량 두 배, 택배단가는 -9.5%...올해 코로나로 물량 급증


23일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올해 1~6월 누적 국내 택배물동량은 16억770만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억4200만개보다 19.8%(2억6570만개) 급증했다.

택배는 온라인 쇼핑 활성화 등으로 연 평균 10%가량 성장했으나 올해는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해서다. 올해 물동량은 2012년(14억개)의 두 배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택배 단가는 경쟁심화 등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2012년 2506원이던 택배 단가는 지난해 2269원을 기록하며 9.5% 떨어졌다. 미국의 페덱스 8.9달러(1만104원), UPS는 8.6달러(9760원), 일본 야마토택배 676엔(7324원)과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이다.

물량은 늘면서 택배기사의 어려움은 가중 됐지만 단가가 떨어지면서 택배기사의 처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택배 단가의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다.

울산에서 7년째 택배 배송을 하는 이상렬 로젠택배 기사(50)는 "하루 2~3시간 더 일하지만 추가 수익은 한 달에 10만~20만원도 안된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에서 근무하는 CJ 소속 기사 A씨도 "주 70시간을 일하고 기름값과 대리점에 낼 수수료 등을 다 빼면 남는 건 3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끝없는 노동에 해마다 1~4명이 사망하는 등 과로사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물동량이 급증한 올해는 22일 기준 13명이 숨졌다. 기사들의 숱한 호소에도 사실상 과로사 사태가 방치되는 상황이다.
늘어난 물량 떨어진 단가…택배기사는 노예였다



본사-대리점-기사의 산업구조...'하차비'까지 요구하는 대리점 갑질


도를 넘은 대리점의 갑질도 택배기사를 죽음으로 내몬다. 택배사업은 본사와 개인 사업자인 대리점 간의 계약으로 운영된다. 기사는 대기업이 아닌 대리점 소속이다. 본사-대리점-택배기사의 하청구조가 만들어지는데, 대리점주가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일에는 로젠택배 소속 기사가 대리점의 갑질을 비관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유서에는 대리점에 보증금·권리금 등을 지급해야 했으며, 배상금과 갑질 때문에 힘들어도 그만둘 수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대리점이 그 운영 비용을 기사들에게 과도하게 요구한다고 말한다. 기사들이 일을 하고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내는 상황이다.

이씨는 "배송할 택배 상자를 하차하고 트럭에 실을 때 대리점에 '하차비'를 내야 한다"면서 "대리점이 상·하차 터미널 운영비용을 기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늘어난 물량 떨어진 단가…택배기사는 노예였다

배달 수수료를 임의로 정하고 통보하면서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A씨는 "대리점은 기사에게 운영비를 받아 돌아가는 구조인데, 수수료를 과하게 가져 가는 게 제일 악질"이라면서 "송장 비용을 기사들이 내는데 장당 20원짜리를 80원으로 고시하고 중간에서 떼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기 싫으면 그만둬'라는 해고 협박에 불만을 표현하기도 어렵다. 본사와 직고용 형태가 아니라 대리점과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기사들은 항상 생계를 위협 받는다.

이씨는 "고충을 조금만 이야기해도 그만두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서 "생계를 협박하는 가장 악독한 갑질로, 우리는 사실상 노예 취급을 받는다"고 밝혔다. A씨는 "문제를 본사에 말하면 직고용 관계가 아니라 상관없다는데 기사들은 호소할 곳이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일 줄이고 대리점 없애라"


택배기사들은 결국 일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A씨는 "하차·분류작업을 기사가 아닌 다른 인원이 해야 한다"면서 "긴 시간 분류하고 배송에 나서면 지쳐 배달 자체가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기사들은 오전 7시에 출근해 오전 내내 배송할 물품을 직접 분류한 뒤 오후가 돼야 배송에 나선다. 배송을 완료하면 저녁 8시를 넘기는데 퇴근해도 수기송장 등록 등 추가 업무에 시달린다. 문제가 지속되자 지난 22일 CJ대한통운은 분류인력에 4000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리점이 갑질과 과다한 업무량의 원인이라며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씨는 "중간에서 수수료를 많이 떼가 적정 배송량이 150개라면 200개는 해야 생활비를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도 "그동안 대리점에서 송장 관련 업무를 맡았지만 전산화가 진행되면서 지금은 기사들이 이를 현장에서 직접한다"면서 "업무 자체가 축소됐는데 갑질은 그대로"라면서 대리점 폐쇄를 주장했다.


김현정디자이너 / 사진=김현정디자이너
김현정디자이너 / 사진=김현정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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