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배터리, 글로벌 '톱4'은 잇단 화재 사고 …6위는 화재 '0'건

"배터리 업계 전체가 엄중한 안전성 문제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최근 연이은 전기차 화재 사고와 관련해 배터리업계 한 임원은 '호사다마'라고 지적했다. 한국 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선두주자 입지를 확고히 하려면 반드시 배터리 안전성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배터리 안전성 관련 기술은 각 업체마다 편차를 보일 수 있어 각별히 신경 쓸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화재 사고 보고가 단 1건도 없는 배터리 업체가 눈에 띈다. 바로 SK이노베이션이다.
글로벌 'TOP4'도 불안한 배터리 화재 사고22일 로이터통신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화학과 CATL, 파나소닉, 삼성SDI 등 배터리 글로벌 톱 4위권 업체들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EV)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H EV)에서 안전성 문제가 잇따랐다.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코나 EV는 국내외에서 총 14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가 코나 EV 2만5564대에 대해 리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아직 명확한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한 상태로,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 가능성을 제기한 정도다.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볼트 EV에서도 화재 사고 3건이 나왔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이와 관련 2017년~2020년형 볼트 7만8000여대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도 안전 문제로 리콜이 잇따르고 있다. BMW는 "차량 화재 위험성이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2만5000대 이상의 PH EV 차량 리콜을 자발적으로 발표했다. 미국 포드도 쿠가 PH EV 등에서 배터리 과열로 추정되는 문제로 화재가 생긴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차종 2만7000여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CATL도 차량 화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CATL 배터리가 탑재된 광저우기차의 전기차 모델 '아이온S'에서 지난 5월과 8월 화재가 발생하며 현재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본 1위 파나소닉도 배터리 화재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파나소닉 배터리가 적용된 테슬라 모델S와 모델X는 배터리 결함으로 추정되는 문제로 지난해 리콜을 결정한 바 있다.

배터리 종목을 커버하는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올해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4위 업체들이 하나같이 차량 화재 사고에 연루돼 있다"며 "LG화학과 삼성SDI 같은 토종 업체들은 물론 일본과 중국 배터리업체들까지 전방위적으로 안전 문제가 불거진 상태"라고 밝혔다.
6위 업체는 화재 사고 0건, 기술력 어떻길래반면 글로벌 6위인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에서는 지금까지 단 1건의 화재 보고도 나오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2010년부터 전 세계에 배터리를 공급해왔는데 전기차는 물론 ESS(에너지저장장치)에서도 화재가 전무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고된 전기차 화재 원인을 100% 배터리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전제한 뒤 "단 글로벌 최상위 업체들 중 상당수에서 배터리 화재가 나왔다는 것은 배터리 안전 기술 중 아직 넘지 못한 산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화재가 잇따른 코나 EV의 '형제차' 격인 니로 EV(SK이노베이션 배터리 탑재)에선 화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배터리셀의 기술 방식이 화재의 여러 원인 중 하나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즉 니로 EV의 배터리팩과 배터리관리솔루션(BMS), 배터리시스템어셈블리(BSA) 같은 주요 부품들은 코나 EV 해당 부품과 다른데, 결국 열이 발생하는 부품이 '배터리셀'이라는 점에서 배터리셀의 기술력 차이가 화재 유무를 가른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일부에선 이번 화재 유무를 놓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완전히 다른 배터리 기술로 각기 다른 배터리를 만드는 근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른 업체들의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와 달리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쓴 전기차는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화재가 없었다는 것은 결국 배터리 핵심 기술에서 SK이노베이션의 기술 차별화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진단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 배터리 기술은 경쟁사와 전혀 방식이 달라 경쟁사의 영업비밀이나 기술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랜기간 배터리 사업을 준비하고 기술력을 개발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SK 배터리를 믿고 선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배터리 기술 특허침해 소송'과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오는 26일 최종 판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