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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규제 다 풀더니 사고 0→361건…당국은 탓·탓·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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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국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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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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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사모펀드 사고, 누구 책임인가]③

"라임, 옵티머스, 젠투 등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 원인은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처럼 은행·증권사 창구를 통해 팔 수 있도록 법을 바꿔준 당국에 있다."

한 공모펀드 운용사 펀드매니저의 지적이다. 2018년 이후 3년간 사모펀드 환매중단 규모가 6조원을 웃돌 정도로 커진 이유를 알아보자.

2014년 9월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활성화를 명목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요건 대폭 완화 △사모펀드 판매시 적격성·적정성 원칙 면제 등 내용의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정부 입법 형태로 발의했다.

이 법은 이듬해인 2015년 7월 발효됐고 같은 해 10월에는 사모펀드 투자가능 금액 하향조정(5억원→1억원) 등 내용이 시행령 형태로 구체화됐다.

당시 사모펀드 활성화의 핵심은 보다 쉽게 사모펀드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보다 많은 개인들이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당국은 이 때 하나의 규제를 더 풀었다. 사모펀드 판매시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적합성 원칙이란 금융상품이 투자자의 재산상황이나 투자경험에 비춰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판매사가 이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한 원칙이다.

적정성 원칙은 투자자가 자신에게 부적합한 금융상품을 적극 요구할 경우 판매사로 하여금 해당 사항을 투자자에게 고지한 후 확인을 받도록 한 원칙이다.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를 예방해 투자자를 보호하고자 한 차원이다.

기존에도 은행·증권사들은 각종 사모형 상품들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해왔다. 그런데 당국은 2015년 10월 법령 개정을 통해 사모펀드(정확히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일명 헤지펀드)를 판매할 때 이같은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아예 면제해줬다. 투자자 최소 투자금 제한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 것은 물론이고 사실상 '묻지마 투자'를 가능케 해줬다는 것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2015년 10월 당시 당국이 사모펀드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각급 판매사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사모펀드를 팔 것을 주문한 바 있다"며 "적정성·적합성 원칙의 면제도 이같은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 전에는 사모펀드 운용사를 설립하려면 당국의 사전인가를 받아야 했지만 규제 완화 이후에는 등록만으로 운용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 운용사들이 사모펀드를 만들 때도 당국의 심사를 거쳐 펀드를 설정할 때 사전등록을 하도록 했던 것도 '설정 2주후 사후보고'로 바뀌었다.

또 다른 판매사 관계자는 "당시 규정 변화에 대해 판매사들도 불만이 많았다"며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면제된 상황에서 당국의 심사도 받지 않은 상품을 판매창구에서 팔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운용사 설립 및 펀드설정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을 비롯해 투자자 최소 투자금 하향조정 및 적합성·적정성 원칙 면제, 펀드 사후보고 등 일련의 상황이 더해진 결과는 2018년 이후 본격화된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고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사모펀드 환매중단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2017년까지 단 한 건도 없던 사모펀드 사고가 2018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361건이나 발생했다.

박 의원은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결성된 부실 사모펀드들의 만기가 현실화되면서 환매연기가 급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당국은 제도 설계 부실에 대해서는 입을 닫은 채 판매사 때리기만 하고 있다. 라임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들에게 '투자금 100% 배상'을 권고해 사실상 관철시킨 것을 비롯해 주요 판매사 임원에 대해 직무정지 등 중징계를 통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판매사 측에서는 "응당 받아야 할 비난은 감수해야겠지만 사모펀드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판매사에게만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초고액 자산가가 아닌 중산층 수준의 개인들이 손쉽게 진입할 수 있는 현재 규제 체계에서는 언제든 제2, 제3의 라임, 옵티머스, 젠투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모펀드는 기관이나 초고액 자산가 등 실질적으로 운용사를 감시할 수 있는 투자자들과 운용사의 사적계약 영역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개인 투자자들은 법적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당국이 뒤늦게서야 사모펀드 시장 건전화를 목적으로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비(非)적격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 시장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지금처럼 사모펀드가 은행·증권사 창구를 통해 판매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나아가 개인들이 언제든 아무런 규제 보호가 없는 사모펀드 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해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당국이 최근 '펀드 쪼개기' 규제로 운용사·증권사 옥죄기에 나섰지만 이 역시 방향을 한참 잘못잡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현재 자본시장법 제9조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에게 청약을 권유해 49인 이하의 투자자들이 출자해 결성된 펀드를 일컫는다. 청약의 권유란 "이 상품에 투자하시겠습니까"를 묻는 행위다. 그런데 2015년 이후 출시된 대부분의 사모펀드가 은행·증권사 창구에서 판매되는데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청약의 권유가 이뤄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운용사 대표는 "사모펀드가 운용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전문성을 갖춘 투자자들이 엄격하게 운용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가 밑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 투자자 유입에 따른 '사모의 공모화'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당국의 미필적 고의로 이같은 상태를 방치했다거나 당국이 무능했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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