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성환 쿠팡 풀필먼트서비스 전무 "유족 만나보겠다"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경제사회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 등 소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 점심시간 중 지난 12일 대구 쿠팡 물류창고에서 근무한 뒤 집에서 갑작스럽게 숨진 故장덕준 씨 유가족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0.10.26/뉴스1

"유족을 언제든지 만나볼 의향이 있습니다. 의원님의 말씀 취지 잘 이해했습니다."

쿠팡의 물류담당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엄성환 전무가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임종성·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고(故) 장덕준씨(27)의 사망과 관련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임 의원은 이날 엄 전무를 증인대에 세운 뒤 "올해 6명이나 특별 노동자가 사망한 가운데 CJ대한통운을 포함해서 타 택배 업체 증인채택 되지 않은 채 쿠팡만 출석한 게 허망하다"며 "쿠팡은 택배 노동자를 전 직원 직고용 하고 있어 타 업체에 비해 비교우위지만, 비교우위만 내세울게 아니라 책임지는 자세를 내세우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의원은 "올해 쿠팡에서 2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말할것도 없이 이것은 쿠팡의 책임이다"라며 "맞죠?"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엄 전무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기관에서 조사하고 있으므로 그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답했다.

고 장씨의 사망과 관련해 임 의원이 "유가족은 만나봤나"라고 묻자 엄 전무는 "직원들만 만나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임 의원이 "국감이 끝난 뒤 꼭 만나보길 권고한다"고 이야기하자 엄 전무가 "유족을 언제든지 만나볼 의향이 있고, 의원님의 말씀 취지도 잘 이해했다"고 답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대구 쿠팡 물류창고에서 근무 중 지난 12일 숨진 고 장덕준 씨 유가족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과 간담회 중 무릎을 꿇고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6. [email protected]

이어 강 의원도 고 장덕준씨의 사망과 관련해 질의를 이어갔다. 강 의원은 "고 장씨의 사망이 어떻게 과로사가 아니냐"며 "과로사라고 보고 있나, 아니라고 보고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엄 전무가 "그 부분은 고용노동부에서 조사를 통해 판단할 문제"라고 답하자 강 의원은 "그런데 왜 과로사가 아니라고 단언하며 보도자료를 냈냐"라고 거세게 몰아쳤다. 이에 엄 전무는 "보도자료를 그렇게 낸 게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서 이야기 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강 의원은 "일반적으로 야간근무는 수면장애를 유발하고 생체리듬을 파괴해 안전사고를 일으키는데, 고인의 경우 2019년 6월 26일 입사 이후 고정적으로 야간근무를 해왔다"며 "야간근무 가중 30%를 고려하면 고인은 입사 후 16개월 동안 근로일에 9.5시간에서 11.5시간 근무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고인이 1년 4개월동안 이렇게 근무했다면 근무시간이 적다고 볼 수 있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지난 12일 대구 쿠팡 물류창고에서 근무한 뒤 집에서 갑작스럽게 숨진 故장덕준 씨 부모님이 26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고용부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들과 면담을 갖고 공개한 아들의 한의원 진료 소견서. 2020.10.26/뉴스1

또 강 의원은 "특히 지난 8월과 9월에는 7일 연속 근무했는데, 이 경우 야간근무(오후 10시부터 익일 6시 사이, 휴게시간 제외) 가중 30%를 고려하면 8월에는 주 70.4시간, 9월에는 69.4시간 근무했다"며 과로사가 맞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이에 엄 전무는 "고인은 근무시간과 근로시간을 본인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고인의 카톡을 보면 고인은 출근하지 않은 날은 '와줬으면 좋겠다'는 식의 카톡을 받았다"며 "형식적으로만 일용직이지 실제론 정규직처럼 일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엄 전무는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맥락에서 "의원님이 말씀하신 취지를 잘 이해했고, 지난주부터는~"이라고 해명하려했지만 강 의원에 의해 발언이 저지됐다. 엄 전무는 "일부 의원님이 말씀하신 게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해도 고인과 그의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이 노동자 사망 재발 방지 대책을 묻자 엄 전무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안전 인력을 확충하고 시설 설비에도 투자해 이런 일이 안생기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또 안 의원이 "고 장씨의 유족이 '아들이 일하던 현장을 방문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에 대해 엄 전무는 "의원님의 말씀을 유념해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던 장씨는 지난 12일 오전 6시쯤 퇴근 후 자택 욕실에서 숨졌다. 유가족은 과로사로 인해 장씨가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쿠팡 측은 노동자에 야간근로를 강요한 적 없다며 쿠팡의 단기직 노동자는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 그리고 업무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