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매진한 기술기업…'혁신제품' 조달로 판로걱정 끝낸다

#실험실 안전장비 전문기업 제이오텍의 가장 큰 고민은 판로다. 민간연구소 출신 연구원 세 명이 경험을 기반으로 창업한 회사인 만큼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아직 민간시장에는 수입산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였다.

제이오텍이 최근 개발한 '인화성 물질 보관함'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해당 제품은 인화성이 있는 시약(액체류)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다. 화재 때 내부 온도 상승을 180K(켈빈) 이하로 90분 이상 유지시켜 2차 폭발 등 화재 확산을 막는 것이 특징인 제품이다. 평상시 공기출입구도 화재 시 자동으로 막혀 외부 열기·화염 등을 직접 유입시키지 않는다.


2017년부터 3년간의 R&D를 통해 출시한 제품이지만 개발 직후 판로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김상용 제이오텍 대표는 26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안전 인식이 강화되면서 시장이 성장하고는 있었지만 민간에서는 대부분 수입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판로를 열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 말했다.

제이오텍의 제품에 판로를 열어준 것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이었다. 기정원은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 지정사업'을 통해 제이오텍 제품의 조달계약을 지원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 지정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R&D지원사업을 받은 제품 중 우수제품을 조달청에 등록하고 공공기관 구매를 매칭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공조달 시 3년간 수의계약도 허용한다. 구매 공공기관에는 경영평가 시 구매실적을 가점으로 적용해 실질적인 수요도 늘리고 있다.

제이오텍은 혁신제품 지정 기정원의 판매 매칭지원과 수의계약 허용을 통해 한국가스기술공사와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기정원 지원 이후 인화성 물질 보관함의 조달시장 매출은 1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며 "단순 매출증가 뿐 아니라 혁신제품이라는 평가로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됐다"고 밝혔다.

제이오텍이 개발한 인화성 물질 보관함 /사진=제이오텍

제이오텍 외에도 많은 기업이 혁신제품 지정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처음 진행한 1차 혁신제품 지정제도에서는 44개 제품이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 중기부와 기정원에 따르면 이들 중 9개 제품은 8월 초 혁신장터 등록 후 9월까지 1개월여만에 18억원의 공공조달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제도가 업계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9월 마감된 2차 혁신제품 지정제도에는 1차보다 50% 많은 156개 중소기업이 제도를 신청했다. 분야별로 기계·소재(28.8%), 정보통신(23.7%), 전기전자(20.5%) 순이었다. 기정원은 기술혁신성 평가와 조달적합성 검토결과 등을 종합적 판단해 11월 최종심의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기정원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수요와 중소기업의 공급이 원활하게 매칭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수요조사도 기업들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혁신제품의 초기 판로개척 지원과 공공서비스의 품질 향상 등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