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누르는 환율…1130원도 깼다

(내슈빌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에서 열린 대선후보 마지막 TV 토론에서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고 있다. ⓒ AFP=뉴스1

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로 내려왔다. 미국,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안전자산 쏠림이 나타날 법도 하지만, 시장은 미국 대선 결과를 주목하며 달러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2원 내린(원화가치 상승) 1127.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3월 21일(1127.7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종가 기준)이다.


달러화 약세는 코로나19 위기 초기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미국이 막대한 양의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면서 달러공급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달러약세를 가속화하는 건 미국 대선이다. 대규모 부양책을 지지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기를 잡으면서, 달러약세 기대가 높아졌다.

위안화강세도 한몫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2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외환당국도 이같은 위안화강세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왕춘잉 대변인은 지난 23일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연초대비 4.5% 강세인 반면, 유로화와 엔화는 각각 5.9%, 4.1% 강세를 보였다"며 "위안화 강세는 비교적 온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달러강세 재료가 없는 것도 아니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지난 23~24일(현지시각) 8만명대로 집계되는 등 역대 최다 기록을 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초가 달러, 금 등 안전자산 가격이 급등했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이에 "백신 개발 기대감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안심리가 상쇄되고 있고, 미국 등과 달리 아시아 주요 신흥국에서는 코로나19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수출이 반등하고, 소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등 국내 경기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 재료로 분류된다. 27일 발표될 한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바이든 후보 당선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한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국금센터 관계자는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에 바이든 당선 기대감이 반영돼있다고 봐야 한다"며 "막상 당선된 이후에 정책을 어떻게 꾸려갈지에 따라 원/달러 환율 방향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