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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계는 지금 격변의 '세대교체 중'…새로운 경영시스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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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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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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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재용 회장 시대가 활짝 열리길 바라는 게 고인의 마지막 생각이 아니셨을지 고인의 영정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26일 오후 이건희 회장 빈소를 찾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조문 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 재계의 큰 별, 이건희 회장의 타계는 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개막하는 신호탄으로도 여겨진다.

최근 1~2년 새 유독 한국 재계는 오너 3~4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빠르게 이뤄지며 새 시대를 맞고 있다. 이번 이건희 회장 타계로 정점을 찍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 재계 톱 5 총수들,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제공=각사 취합
한국 재계 톱 5 총수들,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제공=각사 취합

◇최근 1~2년간 유난히 오너 세대교체 많아
올해에도 한국 재계에는 큰 변화가 많았다. 새해 벽두인 1월 19일 10대 그룹 중 유일한 생존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이 향년 99세로 영면하며 오너 1세대의 완벽한 종언을 알렸다. 지난 25일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타계해 오너 2세대의 시대도 저물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곧 ‘젊은 피’인 40~50대 오너 3~4세 시대의 개막과 맞물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50세)이 지난 14일 정몽구 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차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 7월 1일에는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45세)도 창업자인 김준기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으로 취임하며 오너 2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지난 9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도 37세 나이로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섰다. 지난해에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조원태 사장(45세)이 회장직에 오르기도 했다.

일찌감치 최태원 회장이 오너 2세 경영을 개막한 SK그룹을 제외하면 4대 그룹 중에서 LG그룹은 벌써 오너 4세대인 구광모 회장(42) 시대를 맞았다. 효성그룹도 이재용 부회장과 친구인 조현준 회장(52세)이 2017년부터 회장으로서 부친인 조석래 전 회장의 뒤를 잇고 있다. 사실상 한국 재계는 그 어느 때보다 격변의 세대교체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김남호 DB 그룹 회장/사진제공=각사 취합
사진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김남호 DB 그룹 회장/사진제공=각사 취합

◇새 오너 시대, 새로운 경영시스템 ‘절실’
2016년 박정원 회장(58세)에게 두산그룹 경영권을 물려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후배 경영자들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에 충실해달라”고 말하곤 했다.

선관주의 의무를 잘하는 게 경영자의 최대 역할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이 이날 빈소에서 “이재용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하는 것이 이건희 회장의 마지막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 부회장 또한 삼성그룹 총수로서 선량한 관리자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새 시대를 열어가는 재계의 새 총수들은 1960년~1970년대 태어나, 전쟁을 겪었던 선대와 달리 한국 경제의 급성장기에 자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청년기에 미국 등에서 공부하며 ‘글로벌스탠더드’에 대한 이해도가 부친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쟁 전후 창업기인 1940~50년대에 태어나 창업자와 함께 기업을 이끌었던 오너 2~3세의 뒤를 이어 오너 3~4세들은 국가중심의 성장시대를 뛰어 넘어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고 평했다. 이 관계자는 “계획경제의 틀에서 벗어나 글로벌스탠더드를 배우고, 과거 잘못된 관행과 단절하려는 게 이들 오너 3~4세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의 상속법 구조상 최대 65%까지 상속세를 내는 상황에선 앞으로 후계구도 시스템이 절대 영속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재용 부회장이 “저의 자식들에게는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도 기업가로의 고달픔 삶을 물려주기 싫다는 암묵적 의지인 동시에 기업지배력을 유지할 수 없는 시대가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부지불식간에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3년 8월 30일 오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을 위해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 하고 있다.사진=WireImage, Han Myung-Gu 제공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3년 8월 30일 오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을 위해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 하고 있다.사진=WireImage, Han Myung-Gu 제공

◇집단지배체제 눈앞, 이 부회장도 준비 나서야
앞으로 한국 재계는 오너 한 개인의 지분을 바탕으로 한 절대적 지배가 아니라 집단지배체제와 이사회지배체제가 성큼 다가올 예정이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등과 같이 대주주는 이사회를 맡고,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경영하는 방식이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따로 또 같이’ 협력하는 이 시스템은 오너 4세 이후 한국 재계의 새로운 경영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조짐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맞아 이 시스템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이미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 동일인에 지정되며 공식적으로 총수인 상태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 이후 삼성 내부에서는 ‘회장’직에 오를 것을 재촉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 부회장은 계속 거부해왔다. 한국적 유교문화에서 이건희 회장이 살아있는 동안 ‘회장’ 타이틀을 달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회장 타계 후 삼성그룹의 안정을 위해서는 회장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선례로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1987년 11월 19일 오후 당시 신현확 삼성물산 회장은 삼성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이건희 회장을 추대한 바 있다. 한시도 총수 자리를 비워놓을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지금 당면한 현실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은 부친상이 끝나는 대로 과거 선례에 따라 회장에 취임하고,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오너 시대를 하루 빨리 정착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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