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중첩규제로 45년째 고통" 남양주 조안 주민들 '헌법소원'

뉴스1 제공

비구름이 물러간 지난 7월15일 오후 경기 양평군 명소 두물머리 느티나무와 황포돛배 위로 청명한 하늘이 펼쳐져 있다. 2020.7.15 © News1 안은나 기자

상수원보호구역 불법음식점 단속 현황과 남양주시 규제지역 무단영업 중단 현황 © 뉴스1

(남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한강 두물머리(양수리) 일대를 터전으로 살면서 각종 중첩규제에 묶여 재산피해를 받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이 27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다.

조안 주민 5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께 헌재 입구에서 헌법소원 청구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한 뒤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1975년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이 원칙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진 뒤 45년간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으로 인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남양주시, 광주시, 하남시, 양평군 일원 158.8㎢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는데 이중 26%에 해당하는 42.4㎢가 남양주 조안면이다. 조안면의 면적은 50.7㎢인데 상수원보호구역이 42.4㎢, 개발제한구역은 41.5㎢로 각각 면 전체의 83.6%, 81.8%를 차지한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지역이 중첩규제를 받고 있는데 나머지 12.2%의 면적도 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규제를 받고 있다.

팔당보호구역이 수질에 대한 영향이나 과학적인 고려없이 당시 개발제한구역을 따라 그대로 지정됐다는 지적에 대해 그 동안 환경부도 부인하지 못했다.

환경부와 검찰의 단속으로 인해 폐쇄된 업소들 모습. © 뉴스1

주민들은 행정편의주의에 근거한 비합리적인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둔 하남·양평과 대조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남 미사리, 양평 서종면 일대는 수상레저스포츠 및 주택과 카페 등이 즐비한 관광명소로 각광받는 반면, 조안면은 미용실·약국·짜장면집조차 찾기 어려운 오지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한다.

유독 조안면에 대해서만 과도한 중첩규제가 적용돼 주민들의 기본적인 주거와 생계유지가 불안정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민이 소득창출을 위해 음식점이나 카페를 개업하려고 해도 영업시설의 총 숫자가 전체 가구수의 5%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제 때문에 새로 요식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안면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로 인해 조안면에서는 직접 재배한 딸기를 가공한 주스조차 팔지 못했다. 생계를 위해 음식점이나 숙박업을 하려고도 시도해봤지만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 때문에 모두 좌절됐다"고 호소했다.

2016년 환경부와 검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규제를 어긴 조안면의 음식점 84곳이 폐업했다. 이로 인해 상수원보호구역에 거주하는 주민 4명 중 1명꼴인 총 870명의 주민이 전과자가 됐다.

반면 강 넘어 양평군은 11곳, 광주시는 10곳, 하남시는 2곳의 업소만 제재를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그간 환경부 등 정부를 상대로 줄기차게 규제개선을 요청했지만 '수질 보호'라는 대전제 앞에서 무산됐다.

수도권 2600만 주민 80% 가량이 팔당호 취수장에서 공급하는 수돗물을 이용하고 있는데 규제를 풀었다가는 수질오염이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주민과 시 관계자는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시점으로부터 45년이나 지나 비약적으로 산업과 과학기술이 발전했다. 물처리 기술의 발전, 수질오염총량제 도입 등으로 정책적 변화도 이뤄진 상태다. 생활하수를 음용수 수준으로 처리해 방류 가능한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이어 "조안면 북한강변을 따라 위치한 45번 지방도는 물의정원, 유기농체험관 등을 이용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인데 과도한 규제에 따른 집중단속으로 무수한 업체들이 폐쇄됐고 흉물처럼 방치됐다. 이 흉물들에 대한 철거비용과 행정처리비용 등 낭비적인 사회적 비용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수원보호구역 지역주민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45년의 세월을 참고 견뎌왔다. 먹는 물 보호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물을 오염시키려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상수원 규제도 시대발전과 과학·기술 도약을 바탕으로 합리적 규제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