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광화문]'초일류'에서 '함께가요, 미래로'…삼성의 바통터치

머니투데이
  • 원종태 산업1부장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0.10.28 05:50
  • 글자크기조절
  • 댓글···
1. 사업보국
1982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인 이임성 박사가 먼지 자욱한 김포 비행장에 내렸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 박사는 GE와 IBM을 거친 반도체 전문가였다. 그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호암 이병철 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을 자문해주기 위해서였다.

호암이 삼성의 반도체 사업계획서를 보여주자 이 박사는 극구 만류했다. 이 박사는 "비메모리는 기술이 너무 어렵고, 메모리는 인텔이 사업 포기를 검토할 정도로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막강하다"며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다이너마이트를 안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 이 박사는 메모리 반도체의 주 시장인 컴퓨터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은 한국에선 도저히 반도체 산업은 승산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호암은 끈질기게 이 박사를 설득했다. 그렇게 1982년 12월 이 박사는 삼성 반도체 사업에 합류한다. 그 이듬해 용인 기흥의 반도체 공장 예정 부지를 보기 위해 인근 산에 올랐다가 호암은 이 박사에게 느닷없이 이런 말을 털어놓는다. 70대 사업가의 회한이 서려 있는 한마디였다.

"내 나이 이제 칠십이 넘었다. 내가 돈 때문에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사업을 하겠느냐. 돈은 쓸 만큼 있다. 내가 이러는 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략) 지금 반도체 산업을 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

호암은 그렇게 '사업을 통해 나라를 이롭게 한다'는 사업보국 일념으로 '산업의 쌀'인 반도체 산업을 시작했다.

2. 초일류
1987년 11월 호암이 별세하자 그해 12월 1일 당시 45세인 이건희 부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선친의 '사업보국' 정신을 잇는 이 회장의 첫 취임 일성은 바로 '초일류' 였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90년대까지는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첨단산업 분야를 더 넓히고, 그룹의 국제화를 가속시킬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개발과 신경영 기법 도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한 치 흔들림 없이,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 초일류로 가기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도 늘 '위기의식'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1993년 불량품인 세탁기 뚜껑을 손으로 깎아 조립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이 회장은 그 유명한 '신경영 선언'을 내놓는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그의 주문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시작으로 런던, 오사카, 후쿠오카, 도쿄 등 8개 도시에서 350시간 토의로 이어졌다.

늘 위기의식을 갖고, 남들보다 먼저 변화의 흐름을 읽어, 전략과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초일류 정신이다.

3. 함께 가요, 미래로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부친을 대신해 실질적으로 그룹 총수가 된 이재용 부회장은 완전히 결이 다른 리더십으로 삼성을 이끌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신념은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인 2019년 11월 1일 메시지에 잘 녹아 있다.

그는 "지금까지 50년은 여러분 모두의 헌신과 노력으로 가능했습니다"고 직원들을 격려하며 "앞으로 50년, 마음껏 꿈꾸고 상상합시다"라고 독려했다.

이 부회장이 말하는 미래에는 이전과 달리 '행복'과 '나눔'이라는 접두사가 붙는다. 이 부회장은 "우리의 기술로 행복한 미래를 만듭시다"며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입니다"라고 밝혔다. 그의 메시지나 현장경영 발언에는 엄중함이나 위기의식, 냉철함 대신 부드러움이 묻어난다.

그가 지난 5월 내놓은 입장문에서도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라거나 "노사 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진솔한 대화체를 택했다.

조부와 부친이 실로 고단하고, 격정적으로 넘은 50년과 이재용 부회장이 만들 앞으로의 50년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이 부회장은 무엇보다 법과 윤리의 틀에서 반드시 기본을 지키겠다고 강조한다. 이 부회장이 선택한 삼성전자의 새로운 50년을 이끌 슬로건도 다름 아닌 '함께 가요, 미래로'다.

이건희 회장 영면을 계기로 우리도 이제 삼성에 대한 편견과 오해, 질시를 내려놓을 때가 됐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한국 사회는 그렇게 세대의 바통을 이어받으며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머투맨 the 유튜브가이드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