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속 조용히…사상 최대 매출 올린 삼성SDI

삼성SDI가 유럽 전기차 시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시장 기대치를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 그룹 전체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애도중인 것을 감안한 듯 조용한 실적 발표를 이어갔다.

27일 삼성SDI (407,000원 ▼14,500 -3.44%)는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20.2% 늘어난 3조872억원, 영업이익은 61.1% 늘어난 267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SDI 매출액이 3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했던 전일 기준 실적 추정치는 매출액 2조9462억원, 영업이익은 2048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전체 호실적을 이끈 것은 전체 매출액의 77.2%를 차지한 전지사업부문이다. 2조3818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이 부문 역시 사상 최대 매출고를 올렸다. 전지사업부문에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자동차전지, 소형전지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삼성SDI는 "자동차 전지가 계절적 성수기 진입 및 유럽 전기차 지원 정책 강화로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며 "4분기에도 유럽 고객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형 전지도 모빌리티 향 수요, 신규 스마트폰 출시 등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시장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자동차 전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권영노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수익성이 올해 3분기 이미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도달했다"며 "4분기에도 추세가 지속돼 추가적 손익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내년은 연단위로도 흑자 달성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를 밝힌 것 등과 관련해 차세대 배터리 전략도 공유했다.

삼성SDI 측은 "배터리 성능 개선과 원가 절감 위한 다양한 노력 중"이라며 "내년 양산될 '젠(Gen)5' 전기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20% 증가하고 원가는 20%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배터리 제조는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장기간 걸친 기술 및 양산 역량 축적이 필요하다"며 "기존 배터리 업체들과 당분간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원형전지의 전기차(EV)향 사업 전망에 대해서는 "당초 올해로 예정했던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올해까지 EV향 원형 전지 판매 성장이 다소 더디다"며 "내년에는 신규 프로젝트가 시작돼 판매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삼성 SDI는 올해 3분기 전지 외 전자재료 부문에서 고른 호실적을 보였다. 전자재료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어난 7037억원이다.

삼성SDI 측은 "편광필름은 LCD(액정표시장치) TV, 태블릿향 매출이 증가했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는 프리미엄 스마트폰향 매출이 증가했다"며 "4분기 OLED, 반도체 비중 확대로 믹스가 개선되면서 수익성도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삼성SDI는 창사 이래 첫 3조원대 매출액 달성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자료를 배포치 않았다. 조용히 호실적을 발표한 셈인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5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 현재 전 그룹이 사실상 상(喪)중임을 감안한 발표인 것으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