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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빈혈' 오빠 치료 위해 유전자 맞춰 '낳음 당한' 아이…윤리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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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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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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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도에서 악성 빈혈로 고통받던 7세 소년이 여동생의 골수를 이식받아 건강을 되찾았다. 문제는 이 여동생이 오빠의 치료를 위해 태어난 '맞춤형 아기'였다는 점이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서는 치료를 위해 '맞춤형 아기'를 낳는 것이 윤리적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카비야 솔랑키는 생후 18개월이던 지난 3월 친오빠 아비지트 솔랑키에게 골수를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카비야는 2018년 10월 인도에서 최초로 태어난 맞춤형 아기였다.

아비지트는 유전적 이유로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 기능 장애를 겪는 '지중해빈혈'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 질병으로 아비지트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낮아져 6세 때까지 80번이나 수혈을 받아야 했다.

아비지트는 골수 이식을 받으면 악성 빈혈을 치료할 수 있었지만, 가족 중 골수가 맞는 사람은 없었다. 미국의 한 병원에서 그와 일치하는 골수를 찾았지만 비용이 1000만 루피(약 1억 5270만원)에 달했고, 성공 확률은 20~30%에 그쳤다.

그러던 중 아비지트의 아버지 사데브신 솔랑키는 2017년 장기나 골수 이식을 목적으로 이른바 '구세주 동생'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그는 인도 최고의 불임 전문가 매니쉬 뱅커 박사에게 찾아가 아비지트를 치료할 수 있는 골수를 가진 맞춤형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설득했다.

뱅커 박사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을 들여 유전자 진단을 통해 지중해 빈혈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배아에서 제거했다. 이후 2018년 카비야가 태어났고 18개월이 된 지난 3월 오빠에게 골수를 이식해줬다. 몸무게가 10~12kg은 돼야 골수 이식 수술이 가능해 생후 18개월까지 기다렸던 것.

아버지 사데브신은 "아비지트는 더 이상 수혈이 필요하지 않다. 헤모글로빈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의사들은 아비지트가 완치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식 수술을 집도한 디파 트리베디 박사는 "카비야와 아비지트는 이제 모두 건강하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솔랑키 가족의 사연이 알려지자 전 세계에서는 맞춤형 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인간 유전자 편집 윤리 전문가 존 에반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아픈 아기와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아기를 낳겠다는 목적으로 새로운 아기를 낳는 것은 아이를 동의없이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에반스 교수는 "골수 이식은 장기 기증처럼 영구적 손상을 일으킬 위험은 적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윤리적 문제는 '유전자 편집을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의 경우 유전공학에 대한 엄격한 규제 시스템이 없다고 덧붙였다.

인도의 기자 겸 작가 나미타 반다레는 "규제가 미비한 상태에서 유전자 편집을 허용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며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며 의료 전문가뿐만 아니라 아동 인권 운동가들과도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솔랑키 가족은 "자녀의 건강을 지키려는 것은 결코 비윤리적이지 않다"고 반발했다. 카비야의 출생을 도운 뱅커 박사 역시 "기술을 이용해 질병이 없는 아기들을 탄생시킬 수 있다면, 왜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이럴 거면 왜 낳았냐"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라는 뜻으로 '낳음을 당했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맞춤형 아기'가 그야말로 '낳음을 당한' 사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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