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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배우·디자이너가 그 병원 '단골'인 이유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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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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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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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재벌 2·3세, 배우, 연예기획사 대표, 유명 디자이너 등 상류층 고객들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는 혐의를 받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A의원(현재 폐업)은 여타 병원들과 다른 점이 많았다.

재력가들인 VIP 환자들에게 A의원이 제공한 특별한 진료는 '불법 프로포폴'이었다. 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받은 환자 중 일부는 이미 유죄가 선고되거나 무혐의 결론이 났지만, 아직 수사·재판 중인 관련 사건들이 적지 않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재판부에서 열린 A병원 김모 원장과 총괄실장(간호조무사) 신모씨의 의료법,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은 그런 이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은 원장, 총괄실장과 같이 근무했던 병원 직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병원에서 있었던 다양한 불법행위에 대해 증언했다. 출석한 증인들도 대부분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직접 자가 투약해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입건되거나 기소된 상태다.

A의원은 다른 병원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검찰 수사와 재판 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원장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의 직원(간호조무사)들이 스스로 자신들에게 프로포폴을 불법투약했음은 물론이고, 프로포폴 관련 진료기록부는 대부분 허위였다. 차명진료 등으로 이 병원 진료기록부 중 프로포폴 관련 내용은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지난해 경찰 압수수색 당시 이 병원은 다량의 진료기록부를 폐기하기도 했다.



살인·강간사건도 아닌데 '차폐막' 원한 직원들 "원장 두려워"

법정에는 살인이나 강간 등의 강력사건이 아님에도 증인들의 요청에 의해 피고인석과 증인석 사이에 ‘차폐막’이 설치됐다. 피고인석에 앉은 원장을 증인으로 출석한 직원들이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출석한 직원들은 법정 출입구가 아닌 법원 1층 증인지원실을 통한 별도 출입구를 통해 입퇴정했다.

검찰 측의 이날 증인신문 내용에 따르면 직원들은 원장으로부터 ‘특정인물’에 대해 수사에 협조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바 있다. 공판 검사는 직원들이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는 취지로 퇴직 후에도 월급을 받거나 구치소 접견이나 면담 과정에서 사실상 위협이 이뤄진 정황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원장의 프로포폴 중독 상태는 심각했다. 이날 검찰에 의해 제시된 직원 간의 라인(LINE 메신저) 대화창에 따르면 원장은 병원 주차장에서 나가면서 차량 접촉사고를 내기도 했다. 라인 메시지에 따르면 직원들은 “원장님 사고났어 건강 진짜 안 조아(원문상 표현) 넘 OO하셔셔...O는 또 안 하셨죠?”, “오늘은 O이에여”라는 등의 대화를 했다.

김 원장이 자신의 병원에서 스스로 프로포폴을 투약받고 잠든 중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고, 잠을 깬 뒤에 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프로포폴 중독증세 원장, 투약 후 운전하다 병원 주차장서 접촉사고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 관련 보도가 나온 13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취재진이 모여 있다.  2020.2.13/뉴스1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 관련 보도가 나온 13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취재진이 모여 있다. 2020.2.13/뉴스1



공판 검사가 “원장의 상태가 위험하고 심각한데도 병원 운영이 가능했던 건 일부 재력가들이 지속적으로 와서 프로포폴을 맞아서 가능했던 것이냐”고 묻자 증인으로 출석한 직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장은 찾아온 상류층 중 재벌들에겐 수천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돼야 할 프로포폴이 이 병원에선 필요에 따라 임의로 쓰였다. 마약류관리법을 지키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매일 재고에 맞춰 진료기록부가 사후에 만들어졌다. 정상적인 진료 기록으로는 자주 찾아오는 중독된 환자들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상류층 프로포폴 불법투여에 수천만원 요구, '간호조무사' 직원들이 투약하기도


A의원에선 프로포폴 사용수량을 제대로 기록해 놓지 않아서 총괄실장이 재고상황을 확인한 뒤, 환자들이 실제로는 하지 않았던 시술을 허위로 추가해 놓았다.

이를 위해 직원들은 실제 시술기록과 구분하기 위해 ‘쌍괄호’를 써서 허위 기록이라는 점을 서로 공유했다. ‘단괄호’로 쓴 경우엔 실제 시술에 쓰인 프로포폴 기록이지만 쌍괄호로 쓴 것은 허위였다는 것이다.

A의원에선 의사에 의해 처방되고 투약돼야 할 프로포폴이 간호조무사 자격만 가진 직원들에 의해 투여되기도 했다.

한 직원은 6년전 근무를 시작할 당시 퇴직하는 직원으로부터 “이 병원 무서운 곳이다 그만두는 게 좋을 것”이라는 충고를 듣기도 했다.



"이 병원 무서운 곳이다 그만둬라" 퇴직 직원의 충고

이 병원 단골 환자로 이미 기소돼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는 40대(남) 연예기획사 대표와 60대(여) 유명 디자이너의 경우, 매주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기억될 정도로 자주 프로포폴을 맞았다고 한 직원은 진술했다.

특히 연예기획사 대표는 중독 증세가 심각해 직원에게 1000만원을 제시하며 “집에 와서 투약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선 공동 피고인인 김 원장과 신 총괄실장 측이 서로 책임 범위를 놓고 다투기도 했다. 원장 측은 전반적인 관리 책임 외에 구체적인 불법행위에 대해 지시를 한 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불법 투여는 총괄실장의 독단적인 행위란 주장이다.



연예기획사 대표 "1000만원 줄테니 집에서 놔 달라" 직원에 불법 투약 요구


출석한 직원들에 대한 검찰 측이나 원장 변호인 측 질문도 '누구' 지시로 불법행위가 이뤄졌느냐에 대한 것에 집중됐다.

A의원에서 프로포폴을 불법투약한 혐의로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는 지난 9월1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수면마취제로 쓰이는 프로포폴은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강남 일대 성형·피부전문 의원 등에서 연예인이나 부유층 등에 의해 남용되면서 2011년부터 향정신성의약품에 지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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