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다른 사람으로 착각"…동료 때려 숨지게 한 50대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동료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술에 취해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 같다"고 주장한 5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54)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서울 관악구의 피해자 B씨(62) 자택에서 술을 마시던 중 B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발로 걷어차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리운전기사로 일하던 A씨는 사건 당일 자정에 동료 B씨에게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B씨 집으로 이동해 아침까지 이어 술을 마셨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다툼이 벌어졌고 A씨는 B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A씨의 폭행으로 B씨는 코뼈와 위턱뼈가 골절되고 뇌출혈(지주막하출혈) 등의 상해를 입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B씨는 6일 만에 두부외상으로 인한 뇌압 상승으로 끝내 숨을 거뒀다.

A씨는 수사기관에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지만 술에 만취해 B씨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폭행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A씨는 재판에 넘겨져서도 "폭행한 것은 인정하지만 전혀 기억이 없어 상해의 고의가 없다"며 "사건 당시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범행으로 B씨가 사망할 수 있다고 예견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직후 촬영한 A씨 사진에 따르면 손등이 심하게 부어있다. 양손과 얼굴, 옷에서도 다량의 혈흔이 발견됐다"며 "또 A씨는 '동료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심신장애 주장에도 "아침에 B씨 집에서 나와 근처 편의점에서 술을 산 뒤 다시 돌아간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심신장애 상태에 이를 정도로 만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A씨는 당시 누군가의 따귀를 때리는 등 행동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직후 A씨가 B씨에게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미뤄 심신장애 상태에 있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범행방법이 잔혹하고 결과가 중대한 점, A씨가 책임 회피 태도를 보이고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다만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 또 범행 후 119에 신고하는 등 구호 조치를 취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