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효자" "가장 슬픈 날" 한국 경제 거인 기린 사흘 애도사

2010년 12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을 위해 서초동에 있는 삼성 사옥을 처음으로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50년 지기의 추도사는 진솔하고 사려 깊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동문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은 28일 이 회장의 영결식 추모사에서 고인을 최고 효자라고 회상했다.

승어부(勝於父). 아버지를 뛰어넘다. 김 전 회장은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며 "부친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건희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뤘듯 이건희 회장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이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달라"고 말했다. 50년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면서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걱정했을 부분을 다독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회장이 별세한 당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을 보내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이 회장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으로 반도체 산업을 한국의 대표 산업으로 성장시켰다"며 "그분이 보여준 리더십은 코로나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위기극복과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우리 기업들에 큰 귀감과 용기가 돼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고인을 애도하면서 남은 유족에 대한 깊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 박 회장은 지난 26일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을 만나 "이재용 회장의 시대가 활짝 열리길 바라는 게 고인의 마지막 생각이 아니셨을까, 영정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비슷한 시대를 살았거나 후배로 가르침을 받았던 재계 인사 중에서는 복받치는 슬픔을 감추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같은 2세대 기업인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6일 아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빈소를 찾아 "(이 회장을) 친형님 같이 모셨다"며 "가장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기업을 만든 분인데 그런 분을 잃게 돼 (대한민국에) 큰 손실"이라며 "안타깝고 애통하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고인이) 항상 따뜻하게 잘 대해주셨다"며 "우리나라 경제계 모든 분야에서 1등 정신을 아주 강하게 심어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일생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와 가치에 주목하는 추도사도 있었다.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은 지난 27일 빈소를 찾아 "이 회장은 삼성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키우면서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고 진정한 의미에서 대한민국을 가장 깊이 사랑한 국민이었다"며 "특히 젊은이들이 이 점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