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 넘어야 할 산, '전기료 인상·반대 73%'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2020.10.28/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2050 탄소중립'은 기후변화, 국제사회 동참 등을 감안하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탄소중립에 도달하기까지 치러야 할 대가도 적지 않다. 값싼 에너지원인 석탄을 완전 퇴출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을 받아들여야 하고 더 강해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응해야 하는 국내 산업계의 비용 부담도 감내해야 한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저감 노력을 통한 제거량을 더해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탄소중립 추진 뒤엔…기후변화·탄소국경세

서울광장 주변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정부가 처음 제시한 탄소중립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올해 연말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해야 하는 '2050 저탄소 발전전략(저탄소 발전전략)'에 담길 예정이다. 정부는 2100년까지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전과 비교해 2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2015년 파리협약에 따라 저탄소 발전전략을 만들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은 이미 120개 국가가 선언하면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과제다. 정부가 탄소중립 대열에 합류한 배경에는 우선 올해 역대 최장 장마 등 예측 불가능한 기후변화가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한다면 언제든 폭염·폭우·폭설이 우리 생명과 경제를 덮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중국, 일본이 각각 탄소중립을 2060년,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점도 정부를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럽연합이 추진 중인 탄소국경세도 탄소중립으로 향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탄소국경세는 탄소를 많이 배출한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월 2050 저탄소사회 비전포럼이 제시한 저탄소 발전전략 검토안을 보면 탄소중립 사회를 엿볼 수 있다. 비전포럼은 2050년 온실가스를 2017년 대비 75% 감축하는 방안을 가장 '도전적인 안'으로 제시했다. 75% 감축안에 따르면 지난해 각각 40.4%, 7.9%였던 석탄발전, 친환경차 비중은 2050년 4%, 93%로 크게 바뀐다.
석탄발전·내연기관차 없는 2050년 탄소중립 한국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기후위기 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과 녹색당 관계자들이 23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1.5도 목표의 '걸림돌'을 직접 찾아가는 기후비상 연속행동'을 갖고 산자부의 해외 석탄화력 투자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0.9.3/뉴스1

탄소중립 사회는 온실가스 75% 감축보다 더 공격적이다. 석탄발전과 내연기관차는 아예 사라질 전망이다. 비전포럼이 별도 제시한 탄소중립을 위한 과제를 보면 발전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외에 신규 감축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또 내연기관차의 무공해차 전환 가속화, 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마이너스 배출을 하는 CCUS(탄소 포집·저장·이용 기술), DAC(직접공기포집)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석탄발전을 줄이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전국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석탄발전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철강, 석유화학 등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제조업 기업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 시설 구축 같은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국내 기업 중 72.9%가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환경규제 강화로 기업 부담이 늘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119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다.

비전포럼 역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비용이 매우 높거나 현재 상황에서 추정이 곤란하다고 진단했다. 또 국민의 전반적인 생활양식도 대대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2030년, 2040년을 목표로 제시한 수치들도 현실성 논란이 있는데 2050년까지 미래를 결정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