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장 마치자마자 업무 복귀한 이재용…"시장 상황 녹록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과 안장식을 끝으로 나흘 동안의 가족장을 마치고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소재 삼성가 선산에서 (왼쪽부터)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장지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미중 무역전쟁·코로나19 침체…현안 산적2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비롯해 주요 현안에 대해 보고받는 것을 시작으로 전날까지 진행된 고 이건희 회장의 장례 이후 별다른 휴식 없이 업무에 복귀했다. 이 부회장은 장례기간 발생한 현안과 시장 동향 등을 챙기면서 일상적인 업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당초 이 부회장이 휴식을 취하다 주말인 다음달 1일 창립기념일을 전후해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봤지만 나흘 동안 쌓인 현안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업무 복귀를 서두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사태 등 글로벌 악재에도 불구하고 3분기 매출 신기록과 10조원대 영업이익 회복 등 호실적을 거뒀지만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4분기 수익성 하락을 예고했다. 올해 남은 기간도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4대 신성장동력·M&A 등 핵심과제중장기적으로는 주력 부문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고 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부품 등 4대 신성장동력을 본궤도에 올려야 하는 것도 이 부회장의 과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이 부회장 주도로 2014년 말과 2015년 잇따라 석유·방산, 화학사업 매각 작업이 진행됐던 점에서 주력분야와 차세대 동력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한동안 끊겼던 글로벌 M&A(인수합병)를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잇단 사법리스크에 발목그룹 내에서는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그룹 경영의 중심으로 나서야 할 시기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등 사법 리스크로 경영행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당장 다음달 9일에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내년 1월에는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관한 재판도 시작된다.

이 부회장을 포함해 총수 일가가 풀어야 할 지분 상속 문제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숙제다. 총수 일가는 내년 4월 말까지 지배구조 구상을 마치고 지분 상속에 따른 10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신고, 납부해야 한다. 18조원에 달하는 이건희 회장의 그룹 계열사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물려받느냐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음달 초 창립기념식 메시지 여부 주목삼성그룹 안팎에서는 다음달 2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식에서 나올 이 부회장의 메시지에 주목한다. 삼성전자는 창립기념일(11월1일)이 올해 주말인 데다 이 회장의 삼우제 일정 등을 고려해 다음달 2일 창립기념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이 회장이 쓰러진 뒤 지난해 창립기념식에서 영상을 통해 처음으로 "100년 기업을 만들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재계 한 인사는 "부친상 직후인만큼 이 부회장이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새로운 메시지를 낸다면 이 회장이 강조했던 경영철학을 이어받으면서도 이를 넘어서기 위한 위기극복과 동반상생 의지 등이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