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불법재판 알린 추미애, 수형인 명예회복 결론은?

강성국 법무실장 등 법무부 관계자들은 29일 오후 제주4·3트라우마센터에서 도내 4·3 유족 및 단체 등과 간담회를 열었다. /© 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불법 군사재판 등을 통해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제주4·3수형인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판결 무효화 대신 일괄 재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강성국 법무실장 등 법무부 관계자들은 29일 오후 제주4·3트라우마센터에서 도내 4·3 유족 및 단체 등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4·3유족측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제주4·3특별법 개정안에 담긴 군법회의 판결 무효화가 어렵다면 수형인들의 일괄재심이 가능한 조항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돼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된 4·3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7월 오영훈 의원(제주시 을) 대표발의로 21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피해자 배보상과 함께 군사재판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이다.

4·3 당시 군사재판 수형인들은 2530명에 달하다보니 재심 재판 절차가 더디고 수형인들이 고령이어서 조속한 결정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수형인 18명이 재심에서 공소기각 판정을 받은데 이어 일반재판을 포함한 수형인 8명의 재심이 지난 8일 결정됐다. 4·3행방불명 수형인 349명도 재심을 청구해 심리가 진행 중이다.

특별법 개정안 제16조는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 고등군법회의 명령을 무효화하고 수형인들의 범죄경력자료를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20대 국회 당시인 지난 5월 "이미 내려진 재판의 효력을 개별법 개정으로 무효화하는 것은 사법부 권한 및 법적 안전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개별 재판을 통한 명예회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래서 나온 차선책이 일괄 재심이다. 특히 4·3위원회 위원장인 국무총리가 일괄 재심을 청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지난 7일 국감에서 "일괄 재심 청구하는 방안 등 유연하게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법무부는 비공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특별법 상정을 앞두고 제주를 직접 방문해 의견수렴을 했다는 점에서 유족과 관련 단체들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1999년 수형인 명부를 발굴해 4·3군법회의의 불법성을 세상에 알린 국회의원이 바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기도 하다.

제주스마일센터 개소식에 방문한 추 장관은 이날 직접 간담회에 올 예정이었으나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을 표결하는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위해 바로 떠났다.

추 장관은 스마일센터 개소식 후 일괄재심을 포함해 재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강성국 실장은 간담회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늘은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현장에서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을 아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