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LG화학 표 대결 패배.. "판단기준 달랐을 뿐"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위원회 회의장에서 공공운수노조 구긴연금 지부 등 노동시민단체 회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당시 약속한 주주권 행사 관련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 및 정기주총회에서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며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다. 2020.10.30/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30일 국민연금이 반대표결을 한 LG화학 배터리 분할안이 주총에서 통과된 데 대해 "수탁자책임위원회에 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있고 그 위원들이 활발한 토의를 거쳐 집단 지혜를 발휘한 것으로 신뢰한다"고 밝혔다.

"LG화학 배터리 분할안 '반대', 수책위 판단 믿는다"박 장관은 이날 서울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9차 기금운용위원회를 마치고 나온 자리에서 LG화학 배터리 분할안 통과에 대해 "(국민연금과 여타 주주들의) 판단기준이 달랐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수책위가) 지나치게 대세와 어긋난 결정을 한다면 되돌아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순리에 맞게 판단했다"며 "기금위 차원에서는 개별 기업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지난 27일 국민연금 수책위는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 물적분할 방안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은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LG화학의 2대 주주였다.

다수 개인투자자들도 국민연금의 반대 표결을 환영하며 20~29일간 진행된 전자투표에 참여했지만 결과는 LG 측의 압승이었다.


이날 주총에는 약 5971만주(보통주+종류주 합산, 이하 동일)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참석(전자투표 참가자 포함)했고 이 중 약 4911만주 지분을 쥔 주주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 투표율이 무려 82.3%에 달했던 것이다. 국민연금(약 805만주)을 제외한 반대 표결 지분은 약 255만주로 출석주주의 4%에 채 못 미쳤다.

(서울=뉴스1) = 30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LG화학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분할안건은 참석 주식 총수의 82.3%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63.7%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LG화학 제공) 2020.10.30/뉴스1

환 리스크 적극관리로 선회이날 기금위에서는 △국민연금기금 외환 관리체계 개선방안 △헤지펀드 투자대상 제약요건 개선방안 △노후 긴급자금 대부사업 개선방안 등이 논의됐다.

박 장관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확대되면서 외환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며 "위험관리 방안을 촘촘하게 마련해 국민들이 우려하시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2018년 말 이후 국민연금은 채권을 제외한 해외투자 자산에 대한 환헤지 비율을 0%로 했다. 환 리스크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 외환시장 규모, 환율 정책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 결과였다는 게 박 장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COVID-19) 이후 환율 급변동이 나타나는 데다 향후 국민연금 해외 자산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방향을 틀게 됐다.

국민연금은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미국달러나 스위스 프랑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통화의 비중을 확대해 전체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축소하고 브렉시트나 유럽 재정위기 등 일시적 사건으로 변동성이 커진 통화의 비중은 축소해 환율하락으로 인한 기금 손실을 방어할 것"이라며 "해외자산의 통화구성을 조정하는 것이므로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통화구성 조정시 운용통화의 종류, 통화별 조정한도, 전체 조정한도 등을 기금위에서 구체적으로 설정해 구체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김현정 디자인기자

해외 헤지펀드 투자제한 완화, 투자규모 확대 전망해외 헤지펀드 투자제한 요건도 완화된다. 현재 국민연금은 올 7월말 기준으로 777조원 가량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해외 헤지펀드 운용규모는 약 1조1800억원 정도다. 2개 재간접 헤지펀드를 통해 운용하는 게 전부다. 전체 기금운용 규모의 0.15%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펀드 내 구체적 투자내역을 기금운용본부에 직접 제공하는 헤지펀드에 대해서만 투자를 해 왔다. 앞으로는 헤지펀드 위험관리 전문업체에 펀드 내 구체적 투자내역을 제공하는 펀드에까지 국민연금이 투자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장관은 "국민연금이 투명하게 공개된 헤지펀드에만 투자하다보니 수익률이 낮았다"며 "위험분석 전문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얻어 내용이 건전하고 수익률이 좋은 곳에는 향후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노후 긴급자금 대부사업' 수혜자가 사망 등 이유로 대여금을 갚지 못한 경우에 대비해 기금에서 대손충당금을 설정해 내년 1월부터 적용키로 했다. 국민연금의 노후 긴급자금 대부사업 대손충당 규모는 2017년 1억8200만원, 2018년 1억7500만원, 2019년 2억3300만원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