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력]전통 목형에 3D 프린팅 첨단기술 접목시킨 ‘정수메이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에는 목형, 주물, 주조 등 전통제조 가공업 공장 1,300여 곳이 모인 골목이 있다. 전통에 대한 고집이 잔뜩 배어있는 이곳에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한 목형장인이 있다.


정수메이커(구 정수목형)의 김의찬 대표는 나무를 깎는 수작업으로 목형을 제작해 만들어 온 기계부품 시제품이나 장식품 등을 이제는 3D 프린팅 기술로 생산하고 있다.

백원 모양의 막대과자

정수메이커의 과자틀

김의찬 대표는 “목형은 금형 제품과 비교해 비슷한 정밀도로 만들면서 생산 단가는 10분의 1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런데 3D 프린터를 도입하면서 제품은 더 정교해지고 작업 시간은 줄었다”며 “일반 목형 공장보다 생산 효율성이 높아지다 보니 일감이 몰려 매출이 껑충 뛰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첨단 기술을 과감히 도입하는 것이 문래동과 같은 전통 제조업 밀집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의찬 대표는 목형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는 목형 장인이다. 1982년 고등학교에서 목형과 금형 기술을 익히고 문래동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40여 년간 목형 외길을 걸어왔다. 목형을 깎아 만든 기계부품 샘플의 수는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이제는 고객이 만들어 달라는 제품을 말로만 듣고도 도면 설계부터 디자인, 시제품 완성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해치울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

- 평생 목형 외길을 걸어온 직업적 소회는?
목형은 즐거움이다. 주문 한 건 한 건이 새롭기 때문에 목형 생활은 365일이 새로운 하루다. 이제는 고객이 아이디어만 툭 던져 줘도 고맙다. 아이디어를 도면으로 설계하고 디자인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잊을 때가 많다. 바쁘기는 하지만 지루하지 않아 천직으로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목형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오너가 설계를 배워야한다. 그래야 제품이 완성되는 마지막 한 수 까지 봐 줄 수 있고 작업지시가 가능하다. 낡고 좁은 문래동 뒷골목에서 시간을 잊고 한평생을 살다보니 이제는 쇠 깎는 소리가 정겹다.

- 평생을 지내온 문래동은 어떤 곳인가?
문래동은 마술사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무엇이든 마술처럼 뚝딱 뚝딱 만들어 낸다.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심과 자부심으로 무장한 30년 경력의 금속 가공 장인들이 10분 거리 모여 있는 전국 유일한 곳이다. 동네공장(중소기업)이 몰려있다는 도쿄의 오타구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업체 수나 경력 면에서 문래동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최근 문래동이 최근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변하고 있지만 도시가 예뻐진다고 공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문래동의 동네공장들이 첨단기술을 접목하여 변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실질적인 도시재생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문래동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첨단기술 도입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도입되길 바란다.

- 문래동 생산자조합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협동조합 정수’에 대해서 말해 달라
문래동은 주조, 단조, 금형, 목형, 선반, 프레스, 밀링, 도금, 열처리분야에서 임가공 경력이 30년 이상 된 작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이 작은 공장의 사장님들이 협업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공동마케팅을 통해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문래동의 미래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방위산업 부품 국산화 작업을 정부기관으로부터 수주 받아 공동 작업으로 방산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협동조합 정수’는 이런 목적을 가진 일종의 생산자조합이다. 현재 14개사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는데 프로젝트별로 3~5개 업체가 팀을 구성해 '자체 브랜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모종 식재용 소형 굴삭기, 수동식 제초기, 골프연습장용 무동력 골프공 공급기 등을 개발했다. 높은 온도로 금속을 가열한 뒤 인두처럼 가죽을 지져 이름이나 로고를 새기는 기기인 다기능 스탬핑기(stamping, 가죽불박기)도 만들었다. 오는 10월 23일부터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인천국제낚시보트캠핑페어에 국제특허를 출원한 낚시용품도 출품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매년 한 가지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메이드 인 문래’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다.

정수메이커의 빵틀로 만든 전통 문양의 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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